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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y din Jul 06. 2024

호텔리어의 하루_1

일상의 에피소드

일상의 에피소드 세 번째 이야기는 호텔리어의 일상이다.

두 곳 정도에서 근무를 했었고, 각자 다른 직무였기에 두 편에 나눠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오늘 다룰 직무의 이야기는 호텔의 꽃, 프런트 직무다.

호텔리어를 지망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씩은 프런트에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것이다. 

그때 당시의 나도, 호텔을 방문할 때마다 프런트 직원들의 모습에 나를 입혀 행복한 상상을 했었다.


처음 합격통보를 받고 유니폼을 입었을 때의 그 벅찬 감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회색의 노카라 재킷에 허리 부분에 빨간 띠로 포인트를 준 유니폼이었다. 'Trainee'라고 기재되어 있는 명찰을 차고 거울 앞에 서서 비친 나를 보며 수많은 다짐을 되뇌었다. 휴식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직무로서 고객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던 생각과 달리 내 몸은 긴장을 많이 한 탓에 뚝딱거리기만 했었고, 그럼

내 명찰을 보며 괜찮다는 의미로 웃음을 지어주던 고객들도 계셨고, 다른 직원의 응대를 받기 원하시는 고객들도 계셨었다. 후자의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는 다시는 이런 상황이 오지 않게 열심히 배워야겠다는 다짐이 앞섰던 것 같다.


해당 이미지는 생성형 ai로 제작되었습니다.



특별한 날, 특별한 서비스

호텔을 근무하게 되면, 각종 테마별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게 된다. 수영장을 보유한 호텔이라면 여름에 수영장 이용권을 포함한 패키지를 기획한다던가, 패밀리 룸을 보유한 호텔이라면 어버이날에 패키지를 기획하여 실행하게 된다. 내가 근무했던 호텔의 경우는 키즈룸이 여러 가지 테마로 보유됐었 기에 가정의 달에 맞춰 패키지를 기획했다. 관련 공지사항이 내려오고 프런트에서도 준비가 한창이었다. 주간조로 출근을 하게 되면 C/O과 C/I을 동시에 진행해야 되기 때문에 가장 바쁘다. 먼저 전 날의 야간조가 적어놓은 인수인계장을 체크하고 객실 현황을 확인한다. C/I 객실 중 특이사항이 있는 객실위주로 먼저 체크를 한 뒤 객실을 선 배정한 후, 그 후에는 선착순으로 C/I과 동시에 객실을 배정하는 루틴이다. 그날은 패키지의 시작 날이었고, 패키지로 예약한 고객들 한정으로는 장난감을 드려야 했었다. 먼저 패키지로 예약된 고객 인원수를 체크한 뒤 상품 등을 미리 뒤 편에 보관을 해두었고, 체크인할 때 아이의 성별에 따라 장난감을 같이 전달했다. 선물을 받음과 동시에 순수한 함박웃음을 보여주는 아이들을 볼 때면, 근무의 피로도가 사라졌었다. 


또 어느 날에는, 프러포즈를 준비한 남자가 객실을 예약했었고 꽃다발과 케이크를 미리 프런트에 보관을 요청했다.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기 위해 우리도 룸 업그레이드와 함께, 고층을 배정해 드렸고, 룸 정비가 마친 뒤에는 요청하신 대로 케이크를 미리 객실에 올려두고 와인잔도 같이 세팅을 했다. 체크인 시간이 다가왔고 여성분이 혼자 체크인을 하러 오셔서 체크인과 동시에 보관해 놨던 꽃다발을 전달드렸더니 당황해하시면서 꽃다발을 받고 한참을 들여다보시더니 수줍은 웃음과 함께 객실로 올라가셨다.


Hola~

다양한 국적의 고객들을 마주하는 게 일상인 호텔, 그중에서도 프런트는 가장 많은 대화가 오가는 영역이다. 영어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운이 좋게도 프런트에 취업한 당시 내겐 가장 큰 고민거리가 있었다. 바로 외항사 핸들링을 하는 호텔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비교적 항공사 핸들링 업무는 간단했다. 항공 스케줄상 늦게 C/I하시는 경우가 많아 미리 크루들과 기장분들의 객실을 2인 1실로 선 배정해 놓고 카드키를 발급한다. 그 후 고객 리스트를 작성해 나눠서 고객 카드를 받고 카드키를 전달한다. 그 후 야간조에서는 C/O 시간에 맞춰 크루들과 기장들의 객실에만 모닝콜을 예약하면 업무가 끝이다. 


당시 내가 야간조였을 때였다. 모닝콜을 시간 맞춰 등록을 해놓고 아침이 되었다. 이제 C/O 하러 내려올 시간이 됬는데 안 내려와서 뭔가 이상해 알람 시스템을 확인했는데 AM으로 맞춰 등록해야 되는데 PM으로 등록이 돼있는 걸 뒤늦게 파악했고 멘붕이 왔었다. 같이 근무한 선배님한테 말씀을 드리고 각자 나눠서 객실에 전화하기로 하였고, 겨우 항공 스케줄에 맞춰 C/O을 할 수 있었다. 우리 호텔에서 담당한 외항사는 두 곳 정도였는데 그중 항상 오실 때마다 반갑게 "Hola~"를 외치시던 유쾌한 승무원분들이 계셨다. 하필 실수를 했던 항공사가 그 크루분들이 소속된 항공사였고, 항상 친절하게 받아주셨던 크루분들이라 더욱더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다행히 크루분들과 기장분들이 괜찮다며 오히려 위로를 해주셨고, 선배님한테도 크게 혼이 나진 않았다. 그 일을 계기로 더 꼼꼼하게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고, 이 호텔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아찔했던 실수담을 말해보라면 이 에피소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호텔에서 근무를 하면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많이 생겨나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해봐라 한다면 지금 써 내려간 이 에피소드일 것이다. 이 에피소드를 통해 사실 프런트 직무를 꿈꾸는 호텔리어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겉으로 보이는 멋진 모습에 반해 프런트를 꿈꾼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낸다면 분명 멋진 호텔리어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내가 찾아낸 즐거움은 "특별한 서비스"다. 드러나는 부분에서 보면 고객을 위해,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드러나지 않는 부분에서 보면 그 고객을 위한 서비스가 결국 나를 위한 서비스가 된다는 사실이다. 특별한 날에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보게 되는 고객들의 반응과 말 등은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자에게도 따듯함과 일의 긍지를 심어주기 때문에 결국 다시 돌려받는 서비스와 같다.


이처럼 이 글을 읽는 예비 호텔리어분들도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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