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에피소드
일상의 에피소드 두 번째,
수입차 서비스센터의 리셉션으로 근무했을 당시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공항면세점에서 두 번째로 이직한 이곳은 A사의 서비스센터였다. 그때 당시 운전면허도 없었던 터라 당연히 차에 관련해서는 무지했었다. 입차해서 자주 들어오는 질문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인 명칭과 경고등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꽤 애를 먹었던 걸로 기억한다. 여성 운전자들이 서비스센터에 전화해서 묻는 질문 중 60~70%를 차지하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경고등이다. 주전자 모양이다, 돼지꼬리가 있다 등등의 어떤 경고등인지 몰라서 그림 자체를 설명하는 질문들이다. 온라인상에서 시끄러웠던 레인보우 경고등 또한 실제로 전화로 들었었던 경험이 있다. 그때 옆에 계셨던 어드바이저 분의 얼어붙은 표정을 난 잊을 수 없다.
공항 면세점에서 근무했었던 일화만큼 다양하진 않지만, 재밌는 일화와 따듯한 일화가 있어 그 일화를 오늘은 소개해보려 한다.
A사의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했을 당시, 나는 1층의 리셉션 업무와 2층의 휴게실 업무를 번갈아가면서 했었다. 주 업무는 휴게실에서 고객분들의 입차부터 출차까지의 과정과 고객 서비스, 차량 용품 판매등을 진행했었다. 1층에서 접수 후 대부분 2층으로 올라오시지만 간혹, 직접 어드바이저와 차량 수리하는 걸 지켜보는 고객분들도 계신다. 이 일화의 주인공인 그 고객분도 후자의 경우였다. 휴게실을 마감하고 1층으로 내려갔는데 어드바이저님이 되게 심각하게 나를 불렀고, 순간 내가 실수한 일이 있나 생각하면서 조심스레 다가갔는데 내 앞에 내밀 어진 건 명함 한 장이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어드바이저님을 바라보자 입가에 환한 미소를 머금으면서
"00 씨 덕분에 저 살았어요, 진짜 고마워요."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이 상황이 얼떨떨해서 반문을 하고 있자니 어드바이저님 담당 고객 중 유난히 힘든 고객이 있었다고 한다. 원래 항상 많은 질문을 하며 기술자분들과 어드바이저님을 힘들게 하셨었는데, 그날만큼은 고객이 2층에 올라갔다가 내려와서는 평소와는 다르게 아무 말 없이 작업 마무리되는 걸 지켜보셨다. 차량 수리가 다 끝나 수리내역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도 고객분께서는 별말씀이 없으셨고 오직 명함만 내밀며 내게 전달해 달라고 말씀을 하시면서 출차를 하셨다고 한다. 별 탈 없이 마무리된 상황이 얼떨떨하면서도 좋았던 어드바이저님은 그게 다 내 덕분이라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면서 퇴근 준비를 하셨다. 이렇게도 도움이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나도 기분이 참 묘했었다.
서비스센터에 자주 오시는 단골 고객분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분이 계신다. 매번 방문하실 때마다 간식을 들고 오셔서 자리에 두고 가시는 고객분이셨다. 나이가 좀 있으신 고객이었는데 처음에는 되게 무뚝뚝한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다 대화 몇 마디를 나누게 되면서부터는 항상 서비스센터에 방문하실 때마다 자신의 간식과 내 간식을 사 오셨다. 그때 당시에는 부담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초반만 부담스러웠고 그 후에는 조금은 기다렸던 것 같다. 마치 손주 챙기듯이 간식을 한 아름 사들고 와서 따듯한 말 한마디를 같이 건네시는 분이었기에. 그분의 가족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참 열심히 살아오셨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내게 도움이 되는 인생 선배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1층 리셉션 업무에 비해 2층 휴게실 업무는 다소 따분한 일상의 연속이었고, 하는 업무가 그리 많지 않았기에 지루했었는데 그 고객님이 계실 때만큼은 따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이 일상에 회의감을 느끼면서도 안주해 있었던 나에게 길을 다시 찾아볼 용기를 주셨던 분이기도 한다. 짧은 대화 몇 마디들 뿐이었지만 그 몇 마디들이 쌓이면서 내겐 큰 용기가 되었고, 그 용기로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작은 친절이 큰 변화를 가져온다.
이 문장이 오늘 두 가지 일화를 다 아우를 수 있는 핵심 메시지며, 내가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다. 의도한 친절은 아니였지만, 사소한 행동 하나로 큰 변화가 일으켜진다는걸 이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참 많이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