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하신가영 Feb 05. 2024

나는 당신이 여전히 싫지만

용서는 개뿔!

누구나 싫어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나도 그렇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정말 너무너무 싫은 사람,

직장에서 만난 나의 첫 팀장이다.


내가 만난 첫 팀장은 누가 봐도 소시오패스였다.

모든 일에 자신만의 정답이 있었고, 그 정답을 찾지 못하는 직원은 루저로 낙인찍혔다.

직원 중 누가 쓴 보고서가 본인의 마음에 탐탁지 않거나, 일을 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직원만 두고 점심을 먹으러 가거나, 당신은 회의에 참석할 자격이 없으니 전화나 받으라는 등의 상처되는 말을 참 아무렇지 않게 뱉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당시 팀원들이 수도 없이 많은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 팀장과 관련해서는 정말 끝도 없는 여러 일화가 있는데,

선배의 남편이 덩치가 있는 편이었는데, 남편 게으른 거 아니냐며 가족공격도 서슴지 않았고,

후배 중 한 명은 출근시간 10분 전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심지어 지각도 아니었음) 벽 보고 서있게 시키기도 했다. 일을 정말 열심히 한 후배였는데, 그 일이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었다 ㅠ


당시에 나는 팀장에게 곱절로 괴롭힘을 당했는데, 그 이유는 마지막 면접에서 본인이 싫어하는 상사(부장)가 나를 뽑았기 때문이었다. 본인이 뽑고 싶은 남자직원이 있었는데, 본인의 의견대로 되지 않자 나에게 더 화풀이했고, 팀장과 부장, 그 둘의 질기고 질긴 싸움에 늘 새우등 터지는 신세로 회사를 다녀야 했다.


대기업의, 그것도 그룹사의 직원육성을 책임진다는 부서의 팀장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렇게 팀장이 바뀌기까지 6년 가까이 참고 견뎠던 것 같다.







안 보면 모든 게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팀장이 바뀐다고 모든 것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얼마나 그가 싫었던지 퇴사 이후에도

꿈속에서 사표를 그의 얼굴에 집어던지는 꿈을 꾸기도 하고, 

팀장이 무서워 눈치를 보는 분위기의 꿈을 꾸기도 했다.


미움이 마음의 흉터를 만들었고, 마음의 흉터는 자꾸만 덧나서 나를 화나게 했다.

10년이 훨씬 지나고 돌아보니 얼마나 많은 가스라이팅에 당해왔는지

그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행동해야 했는데, 

이런 생각을 하며 계속 분노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때로는 입에 담고 싶지 않은 원망으로,

때로는 머리가 지끈 거리는 뜨거운 화로,

나는 그 미움에 물도 주고, 나는 그 미움에 퇴비도 주고 있었다.

그러다 미움들이 지금까지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정말 소스라치게 싫어졌다.


결심했다.

용서는 개뿔.

용서하지 않는다.

긍정심리학에서도 용서가 좋은 방법이라고 하지만, 가해자가 본인의 잘못을 모르고, 나에게 사과도 안 하는데 

용서가 가당키나 한 것인가!


그러나 그 미움을 내 마음에 남겨두지는 않겠다.

정확하게는 out of mind! 

쉽지 않지만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내 마음을 햇빛에 말리는 기분으로, 과거의 감정들을 말려버리기로 했다.



내 마음을 이쁘게 말려야지 (출처:pinterest)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게

가스라이팅에 당하지 않게



가끔 운전하다 보면 급하게 끼어드는 차 때문에 나도 모르게 불쑥 나쁜 말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요즘 나는 혼자 되뇐다.

급한 일이 있었나 보다. 화장실이 가고 싶었나 보다. 기름이 없나 보다, 길을 잘못 봤나 보다 등등


그 부정의 감정은 상대가 모른다.

나만 갉아먹을 뿐이다.

내 마음속에 있는 그런 미움의 벌레를 없애는 연습을 한다.


내 안의 있던 그 팀장에 대한 미움도 날려 보낼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간에 더 소중하고 예쁜 것들로 채워 넣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