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전세살이 200년 표류기에서 "사람은 감성적이다"라고 했다. 오늘은 200년의 난중일기를 소개한다.
200년 전세살이 난중일기 : '이성'을 깨우다
수도만 틀면 온수가 나오는 아파트에서 살고 싶었다. 정부가 주는 공공 임대 아파트를 바랐다. 때마침 우리 동네가 보금자리 주택으로 지정됐다. 어머니는 "우리 집이 해당 도시의 거주기간과 무주택 기간이 오래됐으니 당첨될 수 있을 거야"라고 하셨다. 정부가 우리 입에 임대주택을 넣어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보금자리 주택에 입주하지 못했다. 그 지역은 아직도 논과 밭이다. 우리 집이 불쌍하니 나라가 얼른 도와줄 것이라 착각했다. 자아도취에 빠진 감성적 오류였다.
신도시는 언제 될지 모르니 반쯤 포기했다. 2010년 8천만원에 5층짜리 구축 주공 아파트 전세를 구했다. 반지하를 탈출해 처음으로 이사 간 아파트라 우리 가족은 매우 행복했다. 하지만, 2년 뒤 전세금이 5천만 원 올랐고 돈이 없어 쫓겨났다.
2012년도에 결혼을 했다. 신혼집은 전세 9천짜리 30년 된 구축. 2년 뒤 만기 때 집주인에게 전화가 왔다. 아들의 신혼집으로 쓴다며 집을 비워달랬다. 젠장 또 쫓겨났다. 큰 대출을 받아 왕자시 육전동에 2억짜리 준신축 아파트 전세를 구했다. 2년 뒤에 전세가격이 폭등했다. 전세 난민 트라우마가 있어 돈으로 해결했다. 7천만 원을 올려 2억 7천에 재계약했다.
연장 2년 뒤 집주인에게 전화가 왔는데 집을 판다고 나가달랬다. 4년 살면서 7천만원 올려줬는데 이번에는 돈을 써도 방법이 없었다. 또다시 전세난민이 됐다. 불편한 마음으로 안녕시 호재동 이편한세상에 전세를 구했다. 신기하게도 걸어서 5분인데 같은 생활권이다. 어쨌든 왕자시에서 안녕시로 행정구역이 바뀌었다.(잠시 뒤 이 사건의 나비효과가 공개된다)
6년 동안 3번 쫓겨났고 전세는 미친 듯이 올랐다. 만기 시 전세 상승률은 계산해 보니 2012년에 62%, 2016년에는 35%나 올랐다. 전세 상승에 맞춰 집값도 조금씩은 올랐다.
"집이 너무 비싸"는 감성적인 판단이라 생각했다.
물가, 연봉처럼 "집 값은 계속 오른다"는 것을 머리로 받아들였다.
200년 전세살이 난중일기 : 첫 번째 청약당첨
전세금 상승의 트라우마를 2회 겪고 나니 합리적으로 변했다. 운명을 매번 타인(집주인)에게 맡기고 싶지 않았다. 운이 좋게 안녕시로 이사하기 직전 왕자시에 택지지구가 생겼고 당해 1순위라는 '특급 줄타기'로 당첨됐다.
청약 접수하는 과정에서도 "집 값이 너무 올랐다", "송전탑이 있어서 안 좋다"는 카더라를 들을 땐 포기할까 고민했다. 이성적으로 살기로 작정한 만큼 비판적인 뇌에 스위치를 켜고 카더라를 직접 검증했다. 그 결과 집 값 상승은 전 세계적 현상이었고 송전탑은 아파트 시세에 큰 영향이 없었다.
신축 선호 현상으로 당첨된 분양권에 프리미엄이 붙었다. "신축은 무조건 돈이 된다"는 판단이 섰다. 나는 상승론자가 됐다.
새 아파트 입주할 때 풀대출을 받아야 했다. 빚을 갚을 방법을 연구해도 도무지 노동소득으로 안될 것 같았다. 매일 부동산 카페에서 기웃거리며 닥치는 대로 글을 읽고 정보를 쌓았다. 그러다 '일시적 1가구 2주택 양도세 비과세'라는 것을 알게 됐다. "2주택 비과세를 반드시 실현시켜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모든 방법을 뒤졌다. 집 값은 우상향이라는 것을 믿게 되니 용감해졌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집으로 받은 대출은 집으로 벌어서 갚자
2채를 끌고 가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분양권에 추가 당첨(혹은 전매)되거나 기축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 열심히 양도세 비과세에 대해 공부했다.
첫 번째 청약 당첨 후에도 2주택 비과세를 노렸다. 다양한 전략과 방법으로 계속 청약을 신청했지만, 모두 낙첨. 필살기 신혼 특공이 남아있었는데 "이 카드를 꼭 써보자" 결심했다. 다만, 왕자시에는 신규 분양이 없었고 결혼 5년까지 유효한 신혼 특공 기회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타 지역 청약은 당해 1순위가 아니라 계속 떨어졌다. 분양권 청약은 거의 포기하고 거주 중이던 호재동 이편한세상을 매수하기로 전략을 짰다. 2주택 비과세를 위한 프로젝트는 뜨겁게 진행됐다.
200년 전세살이 난중일기 : 두 번째 청약당첨
새로 이사 간 2018년 나에게는 천운이 왔다. 크게 3가지 변화가 있었다.
1. 결혼 5년까지 던 신혼특공이 7년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자녀가 많을수록 유리해졌다.
자료 : 국토교통부
2. 와이프가 막내를 임신하여 2자녀가 됐다. 엄마 뱃속에 전입해서 건강하게 실거주한 막내가 복덩이었다.
3. 안녕시에 이사 오자마자 새 아파트 분양이 시작됐다. 우리 집은 분양 한 달 전에 이사 왔다.
(당시 안녕시 조례는 분양공고일 이전에만 이사 오면 청약 1순위)
죽었던 신혼특공을 살려 청약을 접수하고 드디어 발표일. 정각 12시에 청약홈을 조회하는데 두 눈을 의심했다. 당첨이란 단어는 안 보이고 동호수가 적혀 있었다. 알고 보니 신혼특공으로 두 번째 당첨됐다. 첫 번째 당첨 후 1년 7개월 만에 다시 청약에 당첨됐고 밤 12시에 거실에서 깡충깡충 뛰었다.
2회 당첨의 비결은 집요한 연구와 노력이었다. 해변에서 금반지 찾는 심정으로 내 집을 찾았다.
지인들이 "청약 제도가 널 위해 변경됐다"라고 말했다. 맞다! 우주의 기운이 우리 가족에게 찾아왔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위기가 찾아오는데.....
+전세살이 200년 감성노트 : 해변에서 금반지 찾는 심정으로 내 집을 찾았습니다. 울면 안 돼요. 침착하게 찾아요.
다음 편 : "2회 연속 청약 당첨! 경찰청에 불려 갔다"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