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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를 베풀면, 상대의 그릇이 보인다

by 돌변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자동차를 수리하기 위해 보험을 접수하고 탁송 기사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기사님이 약속 시간보다 한참 늦었습니다. 업계 특성상 5분이면 도착한다 해도 10분쯤 걸리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좀 심했습니다.


게다가 오셔서도 아파트 동을 찾지 못했습니다. 업무로 바쁜 날이라 짜증이 났지만, 천천히 오시라고 했습니다. 35도에 육박하는 날씨, 누구라도 힘들었을 테니까요. 결국 1시간이 지나서야 기사님이 도착했습니다.


“5분이면 갑니다”라는 말을 10번쯤은 하셨는데, 저는 1시간을 도둑맞았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폭염 속에서 고생하는 기사님을 보며 마음이 누그러졌습니다.


기사님 많이 더우셨을 텐데 수분 보충 하세요
시원한 생수 차에 놓았습니다



며칠 뒤, 차를 찾으러 갔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차에는 탁송 기사가 마신 물병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500ml 생수병을 버리는 것이 그리 힘들었을까요?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해와 배려, 친절까지 베풀었지만 그것을 받아줄 준비가 안 된 사람이라면? 호의는 공중에 흩어지는구나.


그날 깨달았습니다. 호의를 베풀면, 상대의 그릇이 보인다는 사실을.


때로는 호구처럼 보이더라도 괜찮습니다. 호의를 멈추고 싶지는 않습니다.

따뜻한 사람이 되기 위한 훈련을 하려 합니다.

그리고 호의를 알아볼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과 오래 함께하고 싶습니다.


호의를 베풀면
성숙의 훈련과 함께 상대의 그릇도 보입니다



인생의 모든 성취는 자기 이해에 달렸다.


자기 이해 여행을 떠나는

내면 탐구 여행자 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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