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로 배우는 초등학생 성장 실험(두 번째 이야기)
아들과 체스를 두기 시작한 계기가 있다. 1단계는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멋진 아들로 키우기 위함'이었다. (지난 편 "자녀에게 실패감을 선물하는 못된 아빠" 참고) 절대 져주지 않는 잔인한 아빠로 인해 패배한 아들은 매일 울었다. 하지만, 아들의 울음이 점점 짧아졌다. 침착해지고 상대를 인정하고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마치 한 여름의 스탠드 에어컨처럼 늠름하고 쿨한 남자가 되어 갔다.
욕심쟁이 아빠는 "체스가 집중력 강화에 좋다"는 이야기를 주워 들었다. 갑자기 체스가 만병통치약처럼 보였다. 자녀에게 약을 파는 아빠가 되어볼까? 약장사의 추억의 멘트 "애들은 가~"가 아니라 "애들은 와~"
아빠는 2단계 목표가 생겼다.
그래! 체스를 두며 집중력까지 좋아지면 금상 첨화다!
큰 아들은 매우 산만하다. '산만해'라는 단어가 녀석에게는 '동해', '서해'처럼 바다의 일종인 줄 알았다. 체스를 두면 '산만해'라는 대양에서 첨벙첨벙 수영을 한다. 첨벙첨벙은 덤벙덤벙을 초청해 큰 실수를 연발한다. 수영을 하다 군사들이 모두 바다에 쓸려간다. 그날도 아들은 '산만해'에서 허우적 대다 1패를 추가했다.
아이들을 재울 때 우리 가족은 4명 모두 함께 눕는다. 소등하면 왁자지껄 이야기 꽃을 피운다. 잘 때 아이들과 하는 대화가 우리 가족에게는 곰돌이 푸우처럼 사랑스럽고 그의 꿀단지처럼 달콤하다. 잠에 취한 걸까? 분위기에 취한 걸까? 아이들은 이 시간만 되면 취중 진담처럼 하루 일과를 이야기한다. 슬펐던 일, 기뻤던 일 모두 튀어나온다. 우리 가족은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배우이자 시청자가 된다. 이 시간이 행복해서 아직도 큰 덩치의 아들과 좁은 침대에서 함께 잔다. 큰 덩치에 잠버릇까지 고약하니 성인 2명과 자는 기분이다.
그날도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서 아들을 안아줬다. 그리고 귓가에 속삭이듯 이야기해 줬다.
아들아, 아빠를 꼭 이겨~
아빠는 너에게 지는 날을 진심으로 기다린다.
아들에게 지는 것은 이기는 거야.
아들에게 실패를 선물하는 잔인한 아빠!
아들과의 체스 이야기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