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은 인생이지, 싶어.
인형을 샀다. 살면서 꽤 지쳤기 때문이었다.
남뿐만이 아니라 시선을 자꾸만 나에게 돌리는 것도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물어야 했으니까. 어디에 쓸모가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
불필요한 자극이 컸다. 사람, 할 일, 진로, 그런 것들.
싫었다. 사람은 좋지만 자꾸만 신경을 써야만 하는 것이 싫었다. 닿는 눈빛. 억양, 감정에 따라 바뀌는 숨,
내가 이룬 결과, 깎이는 과정, 사라지는 모습.
이룬 것에 집착하는 것이 싫었다. 다들 그렇다. 삶의 목을 그러안고 미친 듯이 매달려도 이룬 것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려. 그런 것에 울렁증을 느끼면서도 나 또한 이룬 것에 안도하고 이룬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 싫었다. 구역질이 났다.
그래서 인형을 샀다.
판단하지 않는 인형을 샀다.
가장 좋아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고양이. 까만 고양이. 내가 무엇을 해도 판단하지 않았고 잘 되었다느니 안타깝다느니 그런 말도 하지 않았다. 조용하다. 성적이 떨어지든 이대로 서 있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 있다. 떠나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거기에 있고 무엇을 해도 밀어내지 않았다. 나를 싫어할지 좋아할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곁에 있다.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인형은 때때로 외로움을 물어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몇 년간 인형과 단둘이서 살았던 적도 있으니까. 그렇지만 인형은 변함없이 사랑스럽다. 나를 매달아 저울질하지 않으니. 불성실하다는 말도 성실하다는 말도 긴장을 놓지 말라는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안고 있다.
어디까지나 머릿속에서 묻어 나오는 상상을 더했을 뿐이지만,
그렇게 조용한 사랑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