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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발라드랩

힙합이든 아니든 뭣이 중헌디

by 담담댄스
이름 있는 아이돌의 후렴에다 랩하는 아이디언 대체 누구 건데?

ㅡ illionaire records <연결고리> 中



발라드랩? 그게 뭐지?



학창시절, 종종 장기자랑에 대한 리퀘스트를 받곤 했다. 나대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시키면 또 빼지는 않아 가지구 ☞☜ 뭔가 가지고 있어야 할 무기, 아니아니 장기가 필요했다. 노래를 원체 못하는 나는 당시 크게 주목받기 시작한 랩스킬을 연마했고, 이따금 노래를 잘하는 누군가와 합을 맞춰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


어느 순간 힙합이 「Show me the Money」의 등장으로 갑작스레 대세가 되면서 국힙이라는 새로운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비트뿐만 아니라 가사의 내용까지 Swag으로 일컬어지는 돈자랑을 시작으로, 아예 대놓고 미국의 힙합문화인 마약, 섹스, 총질까지 ㅎㄷㄷ 자신의 것인양 따라하는 Gimmick 논란에, 무엇보다 래퍼들 사이에 벌어진 대규모의 디스전은 힙합 문화의 파이를 키우고, 대중화를 선도했다. (더불어 힙찔이도 양산했다)


그 디스전의 대표 소재가 바로 이 '발라드랩' 논란이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해 감성적인 멜로디에 피처링 가수(보통 여성 보컬리스트)가 후렴을 부르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스타일의 곡들이 음원차트를 점령해 나갔다. 그러자 이 음악을 힙합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두고 힙합 매니아들 사이에선 논쟁이 끊이질 않았다.


대표적인 가수로 MC몽, 마이티마우스, 프리스타일, 산이, 에픽하이 등등이 있다. 힙합을 모르는 사람도 그들의 대표곡을 떠올려 보면 어떤 장르와 형식의 음악인지 단번에 알 거다.



에픽하이는 이미 넘어섰구나 ㅋㅋㅋㅋㅋㅋ


또 아이돌은 까고 따라가려하네 GD를

ㅡ C Jamm <신기루> 中


언더그라운드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과 메인스트림에서 이름을 알리는 일이 극단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가치관의 충돌인가. 멜론차트 1위와 한대음 수상은 공존할 수 없는 가치인가.


대중음악 애호가로서 도대체 이 논란이 왜 생겨났는지는 모르겠다. 장르를 수호하는 일은 누군가에게는 중요하다고 해도, 결국 많은 이들의 귀에 들리고 입에 불려야 생명력이 살아나는 게 음악이거늘. 장르의 애호가나 수호자와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 되는 일을 왜 키우는 건지 나는 도통 이해할 수 없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라면 ㅇㅋ)


이런 말을 굳이 쓰고 싶진 않지만, '발라드랩'을 즐겨 듣는 것은 감성과 텐션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싶을 때가 다분하다는 이유에서다. 푹 젖어들면서도 무슨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도 동시에 주는 음악. 사실 이런 이유는 Bullshit이고, 그냥 내가 이런 음악들을 좋아한다. TOP 100귀임을 자부하는 나의 추천곡들을 여러분들의 플레이리스트에 넣는 것은 그렇게 후회되는 일은 아니리라.






PARTY PPL - pH-1 (Feat. 민지운)



이 기획의 시작이자 동기. 몇 달 전 이 음악을 듣고, 오늘까지 1일 1<PARTY PPL> 하는 중이다. 현재 힙합씬에서 가장 폼이 좋은 래퍼로 꼽을 수 있는 pH-1, 최근 예능감까지 터져 버린 이 래퍼를 하입하는 마음으로 추천한다.


그리고 민지운이라고 했다.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물방울 고구마과의 보컬리스트. 처음엔 <Nerdy Love>에 이어 이번에도 백예린인가 싶었지만 그루비(Groovy)하고 칠(Chill)한 바이브에서 확실히 변별력 있는 소리다.




Good Time - 릴보이 (Feat. Jay Moon)



내 이름 오승택, 난 90년대생
너도 알다시피 난 붐뱁의 황금기에서 태어났네


에픽하이의 <Fly>와 다이나믹듀오의 <죽일 놈>을 동경했던 한 래퍼는 자신의 대표곡인 <Officially Missing You>를 한동안 부르고 다니지 못했다.


이 노래는 발라드랩도 아니고, 발라드랩이라는 표현에 가장 상처를 받은 뮤지션에게 이런 표현을 해서 송구한 마음도 있지만, <Officially Missing You>를 들으며 한 시대를 잘 지내고 살아온 나의 청춘이 그에게 큰 빚을 졌기에. 좋은 비트에 마음껏 Spit Bars 했던, 발라드랩만큼이나 나의 정서를 건드린 이 음악을 추천하고 간다.


ㅡ You're really good with trap raps too




가게송 (i'm in love) - 나플라



음악에는 죄가 없다.


국힙 통틀어 100곡 안에 무조건 들어갈 <Wu>로 각인된, 붐뱁 비트 위에서 박자를 가지고 놀며 귀르가즘을 선사하는 쫀득한 래핑을 구사하는 나플라에게 이런 음악은 기대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 노래는 화창한 오후 2시, 인적이 드문 카페에서 흘러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그런 노래다.


다른 보컬은 없지만, 나플라의 싱잉도 매력적으로 들리는 노래.




연애소설(LOVE STORY) - 에픽하이 X 아이유



우리 한 때, 자석 같았다는 건
한쪽만 등을 돌리면 멀어진다는 거였네


캄캄한 영화관, 너와 내 두 손이 처음 포개졌던 날
감사했어, 한평생 무수한 걸 짓고 무너뜨렸을
네 손이 내 손에 정착한 것을

다 기억나, 네가 없는 첫 아침도
잘 참다 끝내 무너진 그 순간을
한참 울었거든 샤워실에서,
비누에 붙은 너의 머리카락을 떼며


필연이라 믿던 첫 만남부터
악연이라며 돌아선 마지막까지도
우린 서로 마주 보는 거울이었지
서로가 던진 눈빛에 깨질 때까지도


이런 가사를 쓸 수 있는 타블로와 미쓰라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 영상에서 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로 감상을 대신한다.







힙합에 취향이 없어도 플레이리스트에 넣고 듣기 무난한 노래들을 가져와 봤다.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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