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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OOO을 들어야지

01_크러쉬(Crush)

by 담담댄스

목소리에 계절감이 있다는 말에 공감할 수 있을까. 내겐 어떤 바람과 온도와 습도에 따라 생각나는 목소리와 음률이 있다. 이런 표현이 어쩌면 해당 아티스트에겐 몹시 실례가 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내 노래를 여름/겨울에만 들으라는 거야 뭐야?


부디 어떤 계절에 더 많은 스트리밍을 유도하기 위한 팬심으로 봐주면 좋겠다.


바야흐로 "찬바람이 싸늘하게~♬" 호빵이 생각나는 계절이 왔다. 나는 유독 포근한 날보다 스산해질 때 떠오르는 노래들이 더욱 많은 것 같다. 그중에서도 크러쉬(Crush)는 이 계절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수였다.


겨울에는 따스하고 다정한 질감의 목소리가 어울린다고 하면 공감할 수 있으려나. (참고로 저는 Michael Bublé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가장 좋아한답니다. 가진 건 얼마 없지만, 제 가진 모든 것을 주고 바꾸고픈 목소리예요)


크러쉬의 목소리를 설명하는 형용사로 따스함보다는 그루비함이라든지, 트렌디함이 좀 더 어울릴 것만 같을 것이다. 장르적으로 R&B에 근간을 두면서도 싱잉랩, 나아가 랩에서도 예의 그 톤이 주는 매력이 녹아들어 웬만한 래퍼보다 훨씬 낫게 들린다.


하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크러쉬의 노래들은 특유의 밴딩이나 비브라토를 자제하면서 그루브와 트렌디함을 꾹꾹 삭여 부르는 노래. 그러면서도 음률이 몹시도 포근한 미디움 템포의 노래들이다.


그 노래가 그 노래 아니야?


라고 생각하셔도 별수 없다. 겨울, 특히 눈 내린 아침, 창문을 열고 따뜻한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맞을 때 틀어놓고픈 이 플레이리스트를 그저 공유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놓아줘 (with 태연)



현시점에서 여성판 김나박이를 꼽는다면 태연을 꼭 넣고 싶다. 그녀는 소녀시대의 리드보컬을 넘어, 다양한 템포의 곡에서 자기 소리를 지켜가면서도 정서와 파워를 모두 담아내는 솔로 보컬리스트로서 어떤 경지에 올랐다. (저렇게 가냘픈 몸에서 어떻게 그토록 힘 있는 소리를 뽑아내는지 놀라움, 놀라움, 놀라움)


오늘 소개할 세 곡의 리스트 중, 무려 두 곡이 크러쉬와 태연의 조합이다. 톤은 톤대로, 화성은 화성대로. 화려함을 최대로 눌러 담은 크러쉬와 힘을 빼고 톤과 메시지에 집중한 태연의 하모니를 21세기 이문세와 이소라로 비견한다면 과한 것일까.


뒤에 소개할 노래보다 이 노래를 먼저 꼽은 것은 이 노래가 좀 더 겨울이라는 계절에 잘 어울리기도 하거니와 두 보컬의 하모니가 강조됐기 때문이다. 이 노래가 수록된 EP 앨범 제목이 <with HER>인데, 이 앨범에는 크러쉬와 5명의 여성 보컬리스트가 듀엣으로 부른 노래들만 실려있다. 다들 명곡이지만, 이 계절이 오면 유난히 이 노래를 가장 먼저 듣게 되더라.



잊어버리지마 (Feat. 태연)



자, 이 노래는 대놓고 겨울이다. 다만 <놓아줘>에 비해 좀 더 크러쉬의 것 같다. 특유의 리듬감과 창법이 잘 살아있는 노래. 여기에 마치 서프라이즈 게스트처럼 곡의 후반부, 정적 속에서 태연의 목소리가 선물처럼 들려온다. 역시 추운 계절에 듣기에 손색없는 노래다.



어떻게 지내



피아노 단선율에 실어 보내는 크러쉬의 목소리. 곡이 전개될수록 비트가 더해지면서 크러쉬의 목소리가 더 담백하지만 애잔하게 들려온다. <잊어버리지마>로 자신만의 로맨틱한 장르를 구축한 크러쉬가 본격적으로 다정하자며 작정하고 낸 노래다. 이 노래가 타깃으로 삼은 계절은 가을이지만, 이맘때 들어도 몹시 어울리는 노래다.






"겨울엔 OOO을 들어야지"는 소소하게 시리즈물로 기획해 보고 있다. 다음 가수가 누구일지, 한 번 맞혀 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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