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 ‘역행자’와의 만남
30년 간 자기계발서를 스스로 혐오한다고 생각해 왔다.
자기계발서가 하는 뻔한 이야기들에 맞장구 쳐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내가 어쩌다 보니 덜미를 잡혀 자기계발서 <역행자> 앞에 끌어 앉혀졌다.
꼭 한 번 읽어보라는 남자친구의 간절한 부탁을 계속 거절할 수 없어 억지로 읽게 된 <역행자>와의 첫 만남.
자기계발서 혐오자와 자기계발서 베스트셀러, 40만 부 이상 판매했다는 1위 책의 만남은 어찌 됐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애프터 신청을 했다. 다시 한번 만나보자고, 더 알고 싶다고 요청했다. 처음에는 반강제로 자리에 나와 하는 말에 대강 대답하는 시늉만 하며 앉아있다가, 갈수록 나를 꿰뚫어 보고 내 치부 하나하나 까발라 놓는 말들에 어느새 궁금증을 갖고 스며들어서. 책을 다 읽은 후에는 30년 자기계발서 혐오자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지금 이렇게 브런치 작가가 되어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는 일도 <역행자>를 읽고 변화한 나를 증명하는 것이다.
책을 읽기 전과 후, 내 모습이 변화하는 일. 참으로 감사하고 벅찬 일이다. 단단히 팔짱을 끼고 어디 한번 해 봐, 심보로 마주한 나를 바뀌게 한 <역행자>의 말을 내가 이해하고 받아들인 대로 조금 풀어보고자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역행자>를 간략하게 이미지화했다.
주어진 삶 그대로, 지금의 상황이 최선이 아님을 알지만 그럭저럭 받아들이고 순응하고 살아가는 사람과 이를 거슬러 계속 새 길을 찾고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사람이 있다. 나는 완벽히 전자에 속했는데, 큰돈을 벌지 않더라도 적당히 살아가고 있음에 만족하고 스트레스받는 새로운 일을 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나를 남들에게는 ‘욕심이 없는 편’이라고 소개하지만, 사실 다른 걸 시도했다가 실패했을 때가 ’상당히 두려운 편‘인 사람이다. 나 자신이 쓸모없고 나약한 사람임을 들키기 싫어 스스로 합리화했다.
‘나는 지금 충분히 먹고살 수 있고, 사소한 행복을 누리며 사는 삶이 좋다’
부자 되는 법, 돈 잘 버는 법, 성공하는 법. 내가 말한 그 뻔하다는 자기계발서의 말들이 있다. 일찍 일어나라, 꾸준히 독서를 해라, 하루 n시간 공부해라, 운동해라 등등. 뻔한 소리가 맞다. 이렇게 하면 뭐든 성공하는 사람으로 되어있을 거란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실행하지 않았다. 오래 지속하기 힘든 일이라 금방 나태해지고 실패하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내가 두렵기 때문에.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이미 행복해. 나 정도면 이미 많은 걸 이룬 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나를 다독였다.
하지만 <역행자>는 애써 30년 간 못 본척하고 살아온 내 속내를 들여다보기를 원했다. 지금 벌고 있는 월급에 만족하는가? 매번 힘들고 스트레스받고 삶의 여유도 없는 방송작가라는 직업을 계속하고 싶은가? 1년, 3년, 5년, 10년 뒤에도 방송작가를 하고 싶을 만큼 좋아하는가? 10년 뒤에도 내 자리를 지킬 수 있을 정도로 방송작가에 소질이 있는가? 자신 있는가? 내 대답은 몽땅 다 No.
매년 연봉을 높여가며 일해왔지만, 경제적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나는 결국 인정하기로 했다. 지금보다 돈이 더 많아서, 대장암 판정을 받은 할머니와 여행도 가고 고급 음식도 먹으며 더 특별한 추억을 쌓고 싶고, 가장 저렴한 물건만 쇼핑하는 엄마에게 가끔은 그러지 않아도 된다며 값비싼 물건을 사주고 싶고, 어느새 노견이 되어버린 우리 강아지에게 병원비 걱정 없이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고 싶다.
내가 해내지 못할 게 두려워 상처받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꽁꽁 싸매고 있느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베풀지 못하는 건 속상한 일인지도 모르고 살아온 거다.
<역행자>는 내가 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어 함을 깨닫게 했고,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과정을 실패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
깨달음을 얻고, 그동안의 내 모습을 지우는 과정이 ‘자의식 해제’다. 처음부터 끝까지 팔짱을 낀 채 아니꼽게 듣는다면 아무런 정보도 수용할 수 없다. 나 역시 30년 간 자기계발서를 혐오했지만, 최대한 내려놓고 내 상황을 대입해 몰입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니 꽤 괜찮은 이론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22 전략
<역행자>에서 뇌 최적화를 위해 추천한 방법이다. 2년간 매일 2시간씩 독서하고 글쓰기. 어떤 글이든, 책이든 좋다. 당장 블로그를 만들어 글을 쓰라고. 내게는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직업이 글쓰기임에도 취미도 글쓰기다. 잠정휴재였던 블로그를 다시 살리고, 브런치 스토리에 가입했다. 이곳은 이제 내 새로운 도전과 창작을 일구는 들판이 될 것이다.
기버이론
기버 Giver : 퍼주는 사람
테이커 Taker : 받기만 하는 사람
매처 Matcher : 딱 받은 만큼만 돌려주는 사람
사람을 이렇게 구분했을 때. ‘기버모드’라고 해서 완벽한 신뢰 관계면서 퍼주는 상황을 설명했는데 이 ‘기버모드’가 너무 좋은 거다. 서로 아까워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좋은 정보를 아낌없이 공유하는 사이인데 나에겐 이런 관계가 몇이나 있을까 생각했다. 분명한 건 확실한 한 사람, 내 예비 신랑 남자친구. 서로 공생(?) 해야 하기 때문에 서로 알게 된 좋은 정보는 바로 공유하고 상의한다. 어쩌면 <역행자>도 그중 하나였으리라. 사람 대하는 일이 참으로 스트레스다, 웬만하면 피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는데 좋은 관계는 삶의 원동력이 된다. 좋은 ‘인복’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20권의 법칙
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면 그 분야 책을 20권 읽고 시작하라는 말이다. 이미 그 분야를 먼저 도전하고 걸어본 사람들의 공략집이 바로 책이다. 그중 가장 뼈와 살이 되는 조언만, 가장 좋았던 방법만, 피해야 할 시행착오들을 일목요연 정리해 둔 공략집이다. 카페를 창업하는 사람은 많지만, 카페 창업 책을 20권 읽고 창업한 사람은 다르다는 것. 그 분야 최고 전문가, 노하우로 다져진 선배들의 이야기를 20권 읽고 시작하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옳은 선택을 할 확률이 높아지고 무엇에 대비해야 하는지 머릿속에 정리가 되어 있을 거다. 비싼 유료 강의를 듣지 않고도, 일일이 전문가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도서관에 있는 책만 읽으면 된다니 투자해 볼 만한 전략이다.
자기계발서 혐오자라고 해서, 신명 나게 자기계발서를 요목조목 따지는 글을 기대했다면 이 글이 심히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2024년 새해 첫 책으로써 나를 자극시킨 책을 솔직하게 써내려 가고 싶었다. 그간 고집부렸던 정체성을 깨고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값지다. 2024년, 나에게 100만 원을 투자한 이유도 방송작가에서 이모티콘 작가로, 22 전략을 실천하며 브런치스토리를 키워가는 일 모두가 나를 설레게 하기 때문.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그날까지, 매일 읽고 행동하는 내가 되기로 했다.
Read and Practi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