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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찌소 Jan 10. 2024

30년 차 자기계발서 혐오자의 양심고백 1

2024 허물 벗기 프로젝트


‘2024년 나는 나에게 100만 원을 투자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 선정에 가장 큰 공을 세운 내 브런치스토리 첫 글이 있다.

나에게 100만 원을 투자하기까지 내 머릿속에선 1시간마다 치열한 토론의 장이 열렸는데,

그때마다 상황 종료 휘슬을 분 승리자가 있었다.

오늘은 이 승리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내 첫 글을 읽었다면 승리자는 사람이 아닌 책이라는 걸 알았을 거다.

사람이 하는 말은 웬만해선 금방 휘발되고 마는데, 책이 주는 글은 머리든 심장이든 미묘하게 한 줄 파고들어 꽂히는 게 있다. 계기야 뭐가 됐든 이 글을 읽는 행위는 내가 선택한, 스스로의 행동이라 그런지 남이 쓴 글을 그렇게까지 ‘잔소리’라 생각지 않는 것 같다. 내가 집어든, 내 귀한 시간까지 할애해 읽는 책이 나에게 어떻게든 이득이길 바라면서 읽기 때문인지 모른다. 내가 바로 그 산증인이다. 내가 좋아하는 문학책을 넘어 역사, 과학, 경제, 심리, 철학, 심지어 수능 전 꼭 알아야 할 영단어 50개 요약책일지라도. 일단 읽으면 나에게 남는 게 있겠지, 하며 기꺼이 읽을 의향이 있다.


딱 한 가지. 자기계발서만 빼고.


나는 자기계발서가 참 싫다. 이유는 간단하다.

“뻔한 말을 그럴싸하게 하고 있다.”

“이런 말은 나도 할 수 있겠다.”

“저 사람은 나보다 좋은 환경에서 살았으니까 저게 되지.”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오히려 우울해졌다. 성공한 사람들의 자기 자랑을 들으며 심드렁해졌다.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도대체 어디에서 힘을 얻고 재밌고 좋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들과 책 이야기를 나눌 때도, 자기계발서만 읽는다는 사람과는 대화가 뚝 끊겼다.


“저는 자기계발서는 안 읽어요. 그보다 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고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소설을 좋아해요.“


글 쓰는 일에 있어 가장 많은 공부를 했던 대학 시절부터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지금까지 한결같이 하고 다닌 말이다. 이 말이 꼭 내 정체성이라도 된 마냥 당당했고, 또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마치 내 영감의 원천은 위대한 소설과 작가이고 나 역시 그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처럼, 전 이런 사람이에요. 하고 다녔다. 자기계발서의 이점을 말하며 읽어보길 권유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알겠다는 한마디를 안 하고 꼭 이렇게 덧붙였다.


“자기계발서는 창작이 아니잖아요, 그냥 그 사람의 일대기이자 그 사람이 가진 운을 나열한 것 같아요.“


이렇게 30년을 살았으니, 내 주변에 우연이든, 타의든 자기계발서를 접할 그 어떤 루트도 남아있지 않은 건 당연한 일이었다. 사람들이 내 심드렁한 태도가 꼴 보기 싫어서라도 굳이 자기계발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나도 그게 싫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 툭. 넌지시 자기계발서 이야기를 꺼낸 사람이 나타났다.




시작이 참으로 불리했다. 8년 만난 남자친구가 직장 동료에게 책을 하나 빌려왔다. 자기계발서 베스트셀러 <역행자>. 남자친구는 그날 읽은 내용을 신나서 내게 설명했다. 동료가 재밌다고, 추천한다고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인상 깊은 내용은 다 내게 설명했다. 같이 울고 웃기로 미래를 약속한 사람이 하는 말이니 날카로울 수도, 심드렁할 수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런 용어는 그 사람이 만들어낸 거야?“ 식으로 책 내용을 불신하는 뉘앙스의 질문들이 튀어나갔다.

남자친구는 내 질문과 반응을 다 듣더니 한마디 했다.


“이 책에 너 같은 사람한테 하는 말이 있어. 보고 딱 너 떠올라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어디었더라, 못 찾겠다. 그냥 네가 한번 읽어봐.”


그날 이후 남자친구는 그 책을 완독 하고, 두고두고 여러 번 읽고 싶다며 책을 구매했다. 그리고 그 책은 내게 강제 대출됐다. 반납기한은 내가 다 읽을 때까지. 너무나 떨떠름했는데, 지금 프로그램 하나를 끝내고 쉬는 중이라 일하느라 시간 없어 못 읽었다는 핑계도 댈 수 없다. 어찌어찌 받아 들었는데 30년 만에 내 손에 자기계발서가 들려있으니 어색해 죽을 지경이다. 남자친구는 자기계발서를 싫어하는 사람에겐 이 책이 어떻게 읽히는지 궁금하다고, 같이 이야기하면 재밌을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까지 말해주니,


“그래 내가 책을 읽는다고 해서 꼭 그 내용을 다 긍정하고 인정한다는 건 아니잖아? 좋아, 내가 읽고 말해줄게. 어떤 점이 별로인지에 대해서!”


어쩌면 흥미로운 토론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이 남자친구에게 괜한 헛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 작업이 필요했다. 자기계발서 혐오자와 자기계발서 베스트셀러, 이 조합 진짜 괜찮을까? 더 반감이 생겨 등 돌려버리면 어떡하지? 모가 나올지 도가 나올지 모르지만 일단 뭐든 나와보라고, 주사위를 던졌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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