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버스는 떠났지만

by 공책

나와 동생이 모두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우리 나이 여섯 살 무렵, 부모님은 모두 한창 바쁘실 때였다. 때때로 우리가 유치원 버스를 타기도 전에 두 분 다 집을 나서야 할 때가 있었고, 그러면 우리는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곤 했다. 어렵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버스는 내려가기만 하면 보이는 곳에 매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유치원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지금이야 CCTV도 많고 아이들을 철저하게 챙기는 시스템이 되어 있지만, 당시에는 이런 일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결국 그날 어떻게 유치원에 가게 되었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결국 어찌어찌 유치원에서 우리를 데리러 다시 오게 됐는데, 내가 그 혼란한 상황에서 무척이나 침착하게 상황 설명을 했다고 한다. 그때 유치원 선생님은 어떻게 이런 아이가 있을 수 있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셨다고 한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도 몇 번이나 들었다.


한국 나이 여섯 살이면, 만 다섯살 정도의 어린아이였고, 대부분의 아이가 그런 상황에서 울거나, 엄마를 찾거나, 혹은 밖으로 나가 방황하다 위험에 처할 것을 걱정했다. 그런데 나는 너무도 침착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해결하려 했던 것이다. 선생님은 굉장히 놀라셨던 모양이다.


그날 이후, 선생님은 나를 유난히 챙겨주셨다. 나를 유치원 버스에 태우지 못했던 그날이 남긴 죄책감 때문일지도, 아니면 정말로 침착하게 사태를 처리한 내 모습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사실 정작 나는, 그날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이 아예 없다. 다만 주위 어른들이 나를 보며 ‘말하는 게 어린아이 같지 않다’ 하는 말들을 하는 것을 들은 기억이 날 뿐이다.


오히려 내 머릿속에 선명히 남아 있는 건, 그 유치원 선생님을 한참 후에 다시 만났던 장면이었다.


이사로 인해 나는 다른 유치원으로 옮기게 되었고, 원래 다니던 유치원을 떠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당시 내가 다니던 새로운 유치원에 그 선생님이 방문하시는 일이 생겼다. 나는 너무 반가웠다. 달려가서 안기고 싶을 만큼.


하지만 선생님은 다른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쁘신 듯 보였다. 나는 괜히 말을 걸어 방해가 될까 봐 한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선생님이 대화를 마치고 주위를 둘러보실 때쯤 인사를 해야지, 그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던 끝에, 선생님이 나를 발견하셨다. 순간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더니, “어머?” 하고 놀라며 나를 번쩍 안아 주었다. 마치 예전 유치원에 다닐 때처럼, 따뜻하게, 한 아이로서 나를 안아 주었다.


내가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돌이켜 보면, 유치원 버스를 놓쳤던 그날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모른다.


여섯 살의 내가 그렇게 침착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그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결국 나를 찾아줄 거야”라는, 작지만 단단한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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