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알아가는 첫 순간

by 공책

아주 어린 시절의 일이다. 유치원에 가기 전이었으니, 아마 한국 나이로 다섯 살쯤 되었을 것이다. 그때 우리 가족은 어떤 행사에 참석했다. 정확히 어떤 행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무대가 있었고, 누군가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며, 어떤 이유에서인지 어린아이 몇 명이 그 무대 위로 올라가게 되었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왜 올라갔는지, 그 행사가 정확히 어떤 자리였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무대 위에 올랐던 바로 그 순간만은 또렷이 기억난다.


분명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엄마의 얼굴이 잘 보였다. 바로 앞에 있었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무대 위로 올라가 엄마와 물리적으로 떨어진 순간, 갑자기 엄마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낯선 공기가 감도를 더하며, 나는 뭔가를 깨달았다.


‘멀리 있는 건 작아진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거리의 관점. 하지만 그때의 나에겐 너무도 충격적인 발견이었다. 무대에 오른 순간, 엄마는 너무 멀리 있었고, 너무 작게 보여서, 결국 나는 두려움에 울음을 터뜨렸다.


그다음 일이 어땠는지는 이후 기억에서 사라졌다. 아마 엄마가 무대로 올라와 나를 데려가지 않았을까 추측할 뿐이다.


하지만 어린 내가 품었던 그 ‘거리의 감각’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그 후로도 종종 멀리 있는 걸 바라보다가, 그것을 가까이 가져와 보며 내가 했던 발견이 맞는지를 확인하곤 했다. 당시 나는 복도식 아파트에 살았는데, 아파트 높은 곳에서 아래를 들여다보며 멀리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이는지 한참을 관찰하기도 했다.


멀리 있는 것은 작게 보인다는 진리는, 나에게 세상을 이해하는 첫 출입구이자, 세상을 마주하는 감각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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