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충격과 첫 기억

by 공책

누구에게나 ‘첫 기억’이라는 것이 있다. 내 인생의 첫 기억은 조금 특별하다.


정확히 몇 살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당시에 살던 집의 구조나 풍경을 떠올려보면, 아마도 한국 나이로 네다섯 살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날, 엄마와 아빠는 거실에서 나란히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부모님은 드라마의 줄거리와 등장인물에 대해 열띤 대화를 나누느라,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까지는 관심을 두지 못했다. 나는 그런 틈을 놓치지 않고 조용히 방에서 무언가를 ‘기획’하고 있었다.


그 계획이란 바로 ‘전기 콘센트 탐험’이었다.


어린 나에게 콘센트는 세상에서 가장 신비한 물건이었다. 무엇이든 꽂기만 하면 움직이고, 작동하게 만드는 이 마법 같은 구멍은 말 그대로 탐구 대상 그 자체였다. 그리고 나는 큰 결심을 했다. 쇠젓가락을 콘센트에 꽂아보기로.


누군가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오히려 되묻고 싶다. 그렇게 생긴 물건을 보면서 어찌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있냐고. 어른들의 눈에는 경고의 대상이었을 콘센트가, 어린 나에게는 너무나도 ‘쇠젓가락을 꽂아보기에 적합한 구조’를 가진 매혹적인 존재였다.


결국, 엄마 아빠가 드라마 이야기에 한창 몰입해 있을 때 홀로 부엌으로 가 쇠젓가락을 가져왔고, 그대로 콘센트에 꽂아버리고야 말았다.


그다음 기억이 없다. 화면이 정지된 것처럼, 그 순간 이후의 장면은 머릿속 어떤 창고 뒤편으로 사라져 버린 것 같다.


엄마 아빠의 말에 따르면,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들렸고, 깜짝 놀라 방으로 달려가 보니 내가 온몸이 감전된 채 떨고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도 큰 부상 없이 무사히 넘어간 사건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엄마 아빠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며 가슴을 쓸어내리셨다.


지금도 어린 시절을 떠올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은 바로 그 전기 충격이다. 너무도 강렬했던 탓인지, 그 이전의 기억들은 모두 흐려졌고, 오히려 그 감전의 순간이 내 기억의 출발점처럼 되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를 종종 농담 삼아 꺼내곤 한다. "우울증 환자들이 전기충격요법을 받기도 한다던데, 나는 네다섯 살 때 이미 평생 받을 치료를 받고 시작한 셈이다"라고. 물론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내 첫 기억이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아니, 가장 전기적인 순간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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