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환대

by 공책

어릴 적, 때때로 우리 가족은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 갔다. 어린 시절 내가 그 집에 가면 자주 하는 행동이 있었다. 바로, 할아버지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그곳은 정말 시골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집엔 아궁이가 있었고, 할아버지는 몸을 쉬는 법이 없었다. 늘 뭔가를 만들거나 고치거나, 손에 일감을 놓지 않으셨다. 나는 그 곁을 따라다니며 유심히 지켜봤다. 그 모습들이 하나하나 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건 아궁이에 장작을 넣고 불을 지피는 모습이었다. 요즘 불멍이라는 게 유행이라는데, 나는 아마 아주 어릴 때부터 이미 그 세계에 빠져 있었던 셈이다.


할아버지는 장작을 가지런히 넣고, 불이 꺼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조절하며 불을 피우셨다. 그 손놀림이 마치 마법 같았다. 나는 조용히 할아버지 등 뒤에 앉아 장작이 타오르는 걸 바라봤다. 불이 커졌다가 작아지는 걸 지켜보며,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할아버지만 따라다니는 나를 보고 주변 어른들은 종종 물었다.


“너 뭐 하니?”


“왜 맨날 할아버지만 따라다녀?”


하지만 나는 그저, 할아버지가 하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멋져 보였을 뿐이다.


이상하게도, 할아버지는 나에게 먼저 말을 거시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데 가서 놀아라” 같은 말로 내치지도 않으셨다. 내가 위험한 걸 만질 때만 잠깐 제지하실 뿐, 대부분은 묵묵히 자기 일을 계속하셨다. 그리고 나도 그 침묵이 오히려 편안했다.


함께 있어도 괜찮다는 느낌. 조용한 환대.


말은 없었지만, 그 시간은 깊게 남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때 할아버지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귀찮았을까? 아니면, 귀여웠을까?


이제는 물을 수 없는 그 질문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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