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어느 날 아침, 나는 엄마에게 별일도 아닌 일로 괜히 떼를 쓰기 시작했다.
“이거 안 해주면 학교 안 갈 거야!”
엄마는 처음엔 달래다가, 나중에는 꾸중을 했다. 결국 “알겠어, 해달라는 데로 해줄 테니까 학교는 가자”며 타협하셨지만, 나는 “싫어! 이제 기분이 상해서 안 갈 거야!”라며 끝까지 버텼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
사춘기였고, 학교를 다니기 싫은 마음도 있었다.
담임선생님이 직접 전화를 했지만, 나는 끝내 학교를 안 간다고 버텼다.
황당하게도 등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아빠한테 혼나겠지?’
‘학생부로 바로 끌려가는 건 아닐까?’
‘교무실에서 혼자 벌서는 거면 어떡하지?’
머릿속은 온갖 재난 시나리오로 가득 찼다.
이 사태를 수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도 가면 무단결석보다는 낫지 않을까?’
‘가서 무조건 잘못했다고 해야겠다.’
결국 나는 아침 등교 시간이 한참 지난 후, 슬그머니 학교로 향했다.
보통은 지각을 해도 1교시 시작 전에 도착했는데, 그날은 몇 시간씩 결석한 셈이었다.
다행히 담임선생님은 늦게라도 스스로 온 점을 감안해 주셨는지, 심하게 혼내시진 않았다.
그렇게 나의 학교 탈출 작전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그다음이었다.
방과 후에 알게된 사실이 있었는데, 내가 학교에 오지 않은 이유를 내가 학교에 없는 몇시간 동안 어떤 선생님께서 알아보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분은 담임도, 학생부도 아닌, 우리 반 수업에 들어오던 교과 선생님 중 한 분이었다.
그리고 문제는, 그 선생님이 내 주변인에게 이유를 물었다는 것이었다.
그 주변인은 내가 아침에 무슨 이유로 집에서 떼를 썼는지까지 다 얘기했다고 했다. 덕분에 선생님은 이미 모든 상황을 알고 계셨지만, 정작 나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마치 내가 무단결석을 시도한 것을 아예 모르시는 것처럼 나를 대했다.
정말 창피했다.
어이없는 이유로 떼를 쓰고 학교를 안 온 내가 그분 눈에 어떻게 보였을지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결국 내 어설픈 탈출 작전은 조용히, 그리고 완벽하게 들통났다.
그리고 나는 그날, 나름의 교훈을 얻었다.
‘작전은 아무리 치밀해도, 정보가 새면 실패한다.’
‘앞으로는 어떤 계획이든 입단속부터...’ 이건 그냥 웃자고 하는 말이다.
그 선생님은 우연히 학년이 바뀌어도 계속 우리 반 수업을 맡으셨다.
덕분에 나는 졸업할 때까지 그분 눈치를 보며 학교를 다녔다.
한 번 더 무단결석했다가는 모든 선생님께 내 흑역사가 공유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과 함께.
하지만 그 선생님은 내가 졸업하는 날까지도 그날 이야기를 단 한 번도 꺼내지 않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