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코피가 자주 났다. 지금도 가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코피가 나는 편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가끔 아픈 척 해야 할 때 꽤 유용하기도 하다.) 어린 시절엔 정말 아무 이유 없이 코피가 줄줄 흘러내리곤 했다.
비염도 있었다. 비염이 코피와는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영향으로 이비인후과를 꽤 드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의사는 수술을 권했다. 수술을 받아본 적도 없었던 나는 감도 없었고, 의사의 설명도 대부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곁에 있던 엄마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그날 밤, 늦게 집에 돌아온 아빠가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계셨다. 엄마는 그런 아빠와 마주 앉아 낮에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전하며 속상한 마음을 쏟아냈다. 거실 바닥에 앉아서 놀고 있던 나는 가만히 엄마 아빠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며 대체 수술이라는게 뭔지 알아내려 했다.
“정말 속상해 죽겠어...”
엄마는 한숨을 내쉬며 병원에서 있었던 일을 상세히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는 놀란 듯한 표정이었지만 조용히 듣기만 했다.
식사를 마친 아빠는 거실로 나와 내게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많이 아프지?”
그리고는 나를 꼭 껴안고 한참을 토닥여 주셨다.
그 순간,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비염은 그다지 큰 고통을 주는 병은 아니었다. 내 경우에는 특히 그랬다. 코로 숨이 잘 안 쉬어졌던가? 솔직히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답답함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졌기에 숨쉬기 어려웠다 해도 별로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차라리 예방접종을 맞거나, 치과에 가는 게 훨씬 아프고 무서웠다. 하지만 그런 날엔 엄마 아빠가 그다지 안쓰러워하시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날만큼은, 엄마 아빠가 나에게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내가 얼마나 아플지, 얼마나 힘들지를 헤아리며 내 마음을 다독여 주셨던 그 밤. 그런 부모님의 마음이 싫지 않으면서도 나는 그게 참 이상하게 느껴졌었다.
나는 하나도 아프지도 힘들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수술은 물론 아무런 고통 없이 잘 끝났다. 나는 지금 숨을 아주 잘 쉬며 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