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영 작가님의 <널 보낼 용기>를 읽고
송지영 작가님은 나의 1호 구독자이다. 2024년, 아이들과 유럽여행을 다녀온 뒤, 나는 대문자 J인 내가 열심히 조사한 방대한 정보와 여행의 추억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했다. 브런치 작가 선정 이메일을 받고 글을 쓰려고 신이 나서 브런치에 들어왔다가 송지영작가님의 브런치 북 <널 보낼 용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단숨에 모든 글을 읽었다. 글을 읽으며 먹먹해지는 가슴을, 흐르는 눈물을 참다가 결국엔 크리넥스를 끌어안고 엉엉 울면서 글 읽기를 마쳤다. 그리고 작가님이 브런치 북을 완료하던 그날, 나는 브런치 북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송지영작가님은 나의 브런치에 찾아와 구독을 눌러준 첫 번째 구독자가 되었다.
그리고 올해, 송지영 작가님이 그라티아 피아노 트리오의 연주회에 찾아와 주셔서 오프라인에서 만난 첫 번째 브런치 작가님이 되었다. 첫 만남 때는 시간을 내어 진천까지 와주신 정성에 감동의 눈물이 고였고 지난주 피아노 듀오 아르쿠스의 연주회에 노란 튤립 꽃다발을 들고 와주신 작가님을 뵈었을 때는 반가움과 감사함과 진심과 애정이 샘솟았다.
작가님의 글이 너무 좋아서 꼭 책으로 출간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널 보낼 용기>가 드디어 정식으로 출간되었다. 서평을 써본 적도 없고 그만한 글솜씨도 되지 않기에 이 글은 내가 읽고 느낀 점을 적은 독후감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나의 모든 것을 다 바쳐 지키고 싶었던 서진이는 결국 그렇게 별이 되었다. 나의 사랑이 제발 아이에게 닿기만을 기도했던 시간은 물거품이 되었다. 남겨진 나는 늦었지만 아이에게 다가갈 한 줌의 언어라도 찾아내고 싶었다.
<널 보낼 용기>는 양극성 장애를 진단받고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난 열일곱 딸을 잃은 엄마의 글이다. 이 글이 같은 아픔을 겪은 부모와 버텨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가닿길 바라며 그 누구도 쉽게 내기 어려운 용기를 가지고 써 내려간 기록이다. 감당할 수 없는 슬픔 앞에서 인간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누군가 탓할 대상을 찾아 분노하거나, 슬픔에 잠식당해 모든 의지를 잃거나, 진정한 나를 지우고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어 살아가기도 한다. 이 글에서 작가는 모든 책임을 자기에게 돌리고 슬픔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살아갈 이유를 다시 찾는다.
애도는 눈물로 닫히는 문이 아니라, 날마다 열어야 하는 창문과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작가가 때로는 화가 날만큼 스스로에게 가혹했다는 것이었다. 이랬다면 어땠을까, 저랬다면 어땠을까. 작가는 글 속에서도 여러 번 스스로 고백하듯, 이제는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지며 딸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고자 했다.
저희 엄마 아빠, 이기적이지만 잘 부탁드려요.
딸이 학원선생님에게 남긴 메시지를 작가는 딸이 부모를 이기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 메시지는 분명, 딸이 스스로를 이기적이라고 말하며 선생님께 부모님을 부탁한다는 뜻이다. 죄책감이 작가를 얼마나 짓누르고 있었는지 느껴지는 부분이다.
책에는 우리가 아이들을 어떤 사지로 내몰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지금 아파하고 있는지가 구체적인 레퍼런스들과 함께 등장한다.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청소년 자살률이 최근 4년간 34%나 증가했다는 사실은 책을 잠시 덮고 숨을 고르게 만들었다. 김효원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쓴 추천사가 다시 마음에 콕콕 박히는 순간이었다. - 잠깐 멈춰 서서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기를, 아이가 건네는 '힘들다'는 말을 조금만 더 진지하게 들을 수 있기를 -
다행히도 작가에게는 시몬스님과 펭귄님, Y, J, S, Q님처럼 같이 슬픔을 함께 겪고 나눌 사람들이 있다. 자살생존자로서 각자가 겪는 고통을 들어주고 위로하며 함께 아파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나에게도 안도로 다가온다.
서진이는 예중을 가고 싶어 했고 피아니스트가 꿈이었다. 나와 같은 꿈을 가지고 있어서일까. 춤도 잘 추고 해맑게 웃는 서진이가 어쩐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오늘은 그녀를 위해 기도한다. 딸이 괜찮으면 엄마도 괜찮대, 딸이 좋으면 아빠도 좋대. 그러니까 좋은 날, 좋은 곳에서 다시 엄마 아빠를 만날 때까지 평안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