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친자들, 바로 나의 딸 들이다.
물친자라는 말을 아시려나. 물에 미친 사람이라는 뜻이다. 수영을 엄청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 요샛말이다. 원래도 아이들이 물을 엄청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다. 여름이면 매일 수영장을 가야 하고, 놀러 갈 때는 꼭 스파가 있는 펜션이나 수영장이 있는 호텔을 원하고 추운 계절엔 목욕탕에 가서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가며 수영을 즐기는 그녀들. 나도 수영을 좋아하는 편이라 시간이 허락하면 여름방학 때 함께 수영장을 종종 가곤 한다. 딸 둘이라 좋은 점은 둘이 함께 탈의실에 들어갈 수 있기에 둘째가 취학연령이 되고 나서는 엄마인 내가 꼭 함께 가지 않아도 언니가 동생을 챙기며 수영을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다낭에서 지낸 호텔은 루프탑 수영장이 있는 '래디슨 호텔'이었다.
미케비치가 한눈에 들어오는 루프탑 수영장은 인피니티풀로 바다와의 경계가 느껴지지 않는 디자인이라 눈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거기다 깊이가 꽤 깊어서 어른인 내가 수영하기에도 좋았다. 아이들은 암튜브를 챙겨가서 풀이 깊었지만 수영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암튜브는 부피가 작고 바람을 넣고 빼기도 쉬워 여행 갈 때 추천하는 아이템이다. 어느 정도 수영을 하는 아이들이긴 하지만 특히 둘째는 제대로 수영 수업을 들은 적은 없어서 발이 닿지 않는 깊이에서는 튜브 또는 구명조끼를 꼭 입혔다. 문제는 오전에는 해가 들지 않기에 꽤 추웠다는 것인데 아이들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일 수영을 했다. 나는 하루, 이틀까지는 함께 하였지만 사흘부터는 두 손 들고 항복을 외쳤다. ^^
또 한 가지 좋았던 점.
사람이 없다.
몇 년 전 첫째가 두 돌을 앞두고 있을 무렵, 큰 맘먹고 호캉스를 즐겨보고자 서울 강남의 한 호텔을 예약했다. 더운 여름, 길에서 운전하느라 시간 보내지 말고 서울에서 편하게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시어머님도 초대하여 시작한 호캉스는 사람에 떠밀려 다니다 끝이 났다. 호텔 수영장은 정말 말 그대로 물 반, 사람 반이었고 비어 있는 썬베드도 없었다. 조식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 인기 메뉴는 금방 동이 났고 음식을 채우려는 직원들, 빈 접시를 치우는 서버들, 먹으려는 사람들로 정신이 없었다.
래디슨 호텔은 한국 사람들에게 그리 알려진 호텔은 아니라서 다낭 거리에 가득한 한국 사람들을 호텔 안에서는 마주치질 못했다. 수영장도 우리가 갈 때마다 아무도 없거나 있어도 한, 두 사람이 전부였다. 조식을 먹을 때나 오며 가며 리셉션을 보면 분명 호텔은 거의 풀부킹이었는데 수영장에는 사람이 없었다. ^^;;
마치 수영장을 전세 낸 듯, 아이들을 도착한 날부터 떠나는 날까지 수영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