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절반을 가른다고 해도
이 사람의 나이가 안 된다.
별을 바라보고 그리운 것들의 이름을 부르던 사람.
그 젊은 사람이 쓴 아름다운 글과 글씨를 보며
가을 하늘 한 번 바라본다.
꽃 같은 청년은 중력이 없는 곳으로,
자유에 가까워졌던 그의 마지막이 가슴 아팠다.
그럼에도 그가 남긴 글을 보며
그가 바라봤던 별을 나도 보고
그가 사나이를 보았던 그 우물에서
나도 추억처럼 이 사람을 바라본다.
버스를 한 번 갈아타고
오랜만에 부암동에 갔다.
길가 은행잎이 노란 것이 정말 가을이었다.
윤동주 문학관에서 윤동주의 시를 듣고 친필 원고를 보고 잠시 하늘 보며 그를 생각하다 실제 물탱크였던 어둡고 습한 닫힌 우물에서 그에 관한 영상을 보며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꽃다운 청년을 생각했다.
다시 나와 그의 시를 보고 시인의 언덕에 올랐다.
내 나이 절반도 안 되는 청년은
시가 쉽게 쓰인다고 부끄러워하다가
결국은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스스로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최초의 악수를 했다.
그렇게 영원히 청년인 채로.
그의 언덕에서
나는 그저 이 가을이 좋다고,
단풍이 좋다고 연신 사진을 찍는다.
부암동을 걸어 내려오며 오늘 날씨 좋다고
기분 좋다고 발그레한 얼굴로 아이스크림도 사 먹는다.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