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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희 Jun 03. 2024

나의 목표

나는 꾀꼬리처럼 이쁜 노래 연습도 하여 보고

꿀벌처럼 열심히 다니며 단 것을 찾아도 보고

고양이처럼 무심한 듯 영리하게 살아도 보고

강아지처럼 주인에게 애교도 부려봅니다.


그러고 평화롭게 살다가


어느 여름 장마 때부터 찾아든 무기력함을

달랠 길이 없어서

한참을 뱅뱅 돌며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해가 쨍쨍한 여름날

나는 거울을 한참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때가 여기저기 묻어 잘 보이지 않던 거울이

하루 이틀 한 달……그렇게 계절을 넘기며 거울을 닦다 보니

어느 날 거울이 맑아지며

나는 거울에 비치는 나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 나는 늑대구나.

늑대였구나.

그래서 꾀꼬리. 꿀벌. 고양이. 강아지가 되어도

행복하지 않았구나.

 

내 속에 숨어만 있던 늑대가 말합니다.

나는 초원으로 가야겠다.

나는 늑대로 살아야겠다.


그러나 나는

이 평화로운 곳을 단박에 차고 떠날 수는 없습니다.

나는 이곳이 싫지만 이곳이 참 좋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일 년에 열흘만이라도 초원으로 가자.

일 년에 단 열흘만 늑대로 살아보자라고 다짐합니다.


그렇게 열흘씩

그렇게 또 보름씩.

그렇게 또. 일 년씩……살다 보면

나는 숨을 쉬며 웃으며 나는 그렇게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장 초원으로 가서

지금과 반대편으로 가도

나는 늑대로 살지 못할 것 같아

나는……어쩌면 나는 한 번도 늑대로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나는 그렇게 조금씩

늑대가 될 겁니다.

내가 나로 되어가는 것이지요.

늑대로 태어난 나는

늑대가 되어 돌아갈 것입니다.


그것이 나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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