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애써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다.
그래서
변수 없는 시간에 산다.
그러면서
변수 있는 삶을 부러워하거나
그래야 하는데 안 그런다고 종종거리지 않는다.
나는
이 고요하고 잔잔한 날들을
잠잠히 받아들이고
내 삶 구석구석 흡수하며 이 시간을 보낸다.
오전에는 요가를 하며 땀을 흘리고
잠이 오면 잠을 자고
걷고 싶으면 산책을 한다.
금요일에는 시 낭송을 하고
저녁에는 작은아이 영어선생님이 되고
자주 큰아이 독서실 총무가 된다.
과일을 깎고
남편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한다.
자주
시장에 가서 나물을 사서 무친다.
나물이 바뀌는 건 계절이 바뀌고 있다는 말이다.
살아온 시간 중 가장 여백 있는 삶을 산다.
이 시간을 흠뻑 느끼고 싶다.
무료하면 무료한 대로, 흘러가면 흘러가는 대로.
이 삶을 잘 누려야
다가올 지금보다 바쁠 나의 시간도
분명 잘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안다.
사랑한다.
초여름, 아름다운 나의 영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