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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홍철 Jul 01. 2024

여행과 휴식의 계절


  “여행은 다른 사람이 덮던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먹던 밥그릇과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것이다. 온갖 사람들이 다녀간 낡은 여관방 벽지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낡은 벽지가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고, 다른 사람을 자신 속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글은 칼럼니스트이자 경영 컨설턴트로 많은 업적을 남겼으나 일찍 작고한 구본형 선생의 글입니다. 벌써 그의 죽음은 11년이 지났군요. 오늘은 7월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7월은 직장에서는 휴가가 시작되고, 가정에서도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약간 들뜨는 달이지요.


  ‘변화 경영 전문가’로 알려진 구본형 선생은 수많은 저서를 출판했는데, 그중에서 <떠남과 만남>, <익숙한 것과의 결별>, <낯선 곳에서의 아침> 등 여행과 관련된 책들은 저에게 많은 위로를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자기 계발이니 변화경영이니 하는 거창한 수식어를 앞세웠던 그의 책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으나 막상 읽어보니 점점 그의 마음결 속으로 다가가게 되었습니다. 시인 못지않은 감성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아마도 맑고 고운 마음으로 지고지순하게 인간과 사람을 사랑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이 책들은 그가 20년간의 직장 생활을 접고 여행을 통해 마음을 다잡던 기록들입니다.


  <떠남과 만남>의 서문에서 저자는 “나는 여행을 통해 20년간 나를 지배해 온 관습을 버리기로 했다.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하는 면도, 평일 대낮의 자유를 비정상성으로 인식하는 사회에 대한 공포,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 월급에 대한 안심, 그리고 인생에 대한 유한 책임. 20년 만에 주어진 한 달 반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변화경영 연구소’를 설립하여 그의 직장의 모토를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라고 정하였다고 합니다. 그가 어떤 마음으로 연구소를 운영해 왔는지 바로 알 수 있는 문장입니다. 그는 죽기 전 딸에게 “딸아, 내 인생은 그런대로 아름다운 인생이었다.”라고 했다지요. 참으로 닮고 싶은 인생의 클로징 멘트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인의 멘토임을 자처했던 그가 없는 세상은 무시로 허허로울 것 같습니다. 그가 떠난 빈자리를 그의 글들이, 그의 말들이 당분간 대신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가 떠난 11년이 지난 지금, 여러분과 함께 그의 문장을 공유하면서 7월에 시작될 여행에 영감을 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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