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가 있던 날,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보고 ‘가짜 뉴스겠지’라고 생각하며 몇 군데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마치 제가 무슨 상이라도 받은 것 같은 전율을 느꼈습니다. 한강 작가의 아버지도 첫 번째로 뜬 기사를 가짜 뉴스라고 생각했다고 하더군요.
외신에 의하면, 이번 노벨문학상 심사는 철통 보안 속에서 이뤄졌으며 220명이 경쟁을 하였다고 합니다. 최종 심사까지 5명이 남았는데, 심사위원 과반이 한강 작가를 지지했다고 합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의 세계적 위상을 한 단계 높인 사건입니다. 한국 문학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이지요.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선정한 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강조하면서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의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라고 그 선정 이유를 발표했습니다. 저는 한림원이 발표에서 언급한 ‘시적 산문의 혁신가’라는 표현에 주목하였습니다.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읽다 보면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그의 글은 시적 은유와 환상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의 소설은 이야기로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이미지를 동력으로 삼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어느 매체에서 올라온 문학 연구가들의 ‘한강 관련 평론’을 177건을 추려 분석하였는데, 세 개의 키워드로 정리하였습니다. 하나는 ‘여성’인데, “기존의 질서·억압·폭력에 대한 저항으로 여성주의 시각이 문학에 기대할 수 있는 바람직한 성취를 보여주었다”라고 했고, 두 번째로는 식물인데, “식물은 온갖 종류의 폭력을 감당해 내고 마침내 다른 생으로의 길을 내는 존재로 자주 등장하게 했다”라고 했으며, 마지막으로 ‘역사’는 “제주 4.3 사건에 관한 서사화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기억을 소환하고 그것을 위문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라고 했습니다. (<주간경향> 2024.10.21자)
외국에서도 한강 작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데, 이번에 한강 작가와 함께 중국의 찬쉐(残雪)가 최종 경쟁을 하였다고 알려져 있는데, 경쟁국이었던 중국의 북경 외국어대 한메이(韓梅) 교수는 한강 작가에 대해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첫 아시아 여성 작가가 되자 많은 사람이 뜻밖이라고 했지만,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두고는 “정치적 각도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던 전통을 깨고 더 보편성을 가진 인간성의 출발에 사건의 성격을 해석하려 했다”라며 이 사건이 모든 사람에게 담긴 상처의 기억과 지속되는 고통에 집중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국내외의 찬사를 받는 가운데, 보도에 의하면 광주광역시는 한강 작가를 위한 기념관 대신 매년 시민 한 명이 한 권의 책을 바우처로 살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강 작가를 생각하며 모든 시민이 일 년에 한 권씩 책을 읽기로 했습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얼마나 훌륭한 결정이며 멋진 말입니까?
이관 후 칼럼니스트가 말했듯이 한강을 기억하는 법은 “책을 한 권 더 사고, 우리가 읽고, 아이들에게 읽히고, 그것에 대해 사색하고 산책하며,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내 삶에 대해 말하고, 그 언어들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일, 또 살아내는 일”일 것입니다. 한강 작가가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죽음’들을 ‘삶’ 속으로 불러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