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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력이 곧 자본이다.

by 염홍철



2011년으로 기억합니다. 대전시는 ‘인문 고전 읽기’를 권장한 바 있습니다. 당연히 시정(市政)의 본류를 유지하면서, 특수 시책으로 추진한 것이지요. ‘인문 고전 읽기’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시책입니다. 그러나 경제생활뿐만 아니라 교양과 문화가 저변이 되는 도시를 이루어 시민 모두가 보다 품격 있는 삶을 누리는 데 다소라도 도움이 된다면 어떤 성과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경제가 ‘무엇을 먹느냐’는 생존의 문제라면, 문화는 ‘어떤 삶을 사느냐’는 삶과 사유의 방식입니다. 아울러 문화는 개인이나 도시의 격을 높이고 삶을 정신적으로 풍요롭게 하는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산업이 경제 성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문화력은 곧 자본입니다.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이라는 글에서 문화력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습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어느덧 2024년도 마지막 한 달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사라집니다. 남은 한 달은 생명 있는 것들의 거룩함과 신비, 생명을 다한 것들의 고요와 심연을 들여다보면서 고즈넉이 자신과의 대화를 시도함이 어떨는지요. 생명 있는 것들은 저마다 연결되어 있으므로, 사랑으로 서로를 굳건히 지탱해 주는 것이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일상의 상념에도 문화가 스며들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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