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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공정한 사람인가?

by 염홍철



우리가 ‘공정’을 얘기할 때, 주로 정치,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의 공정을 말합니다. 즉, 정치적인 공정은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의미한다면, 경제적 공정은 개인의 행위에 대한 보상의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정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기회, 능력, 성과, 정의, 평등 등의 철저한 분석이 수반되기 때문에 쉽게 규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능력주의만 하여도 마이클 영은 “열심히 노력해서 능력만 쌓는다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는 더 이상 ‘공정’하게 작동되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하였고, 마이클 샌델은 “능력주의 아래에서 굳어진 ‘성공과 실패에 대한 태도’가 현대 사회에 커다란 부작용을 낳고 있다”라고 말해 능력주의가 ‘공정’하게 작동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그동안 이와 같은 공정에 관한 거대 담론을 탐구한 바 있으나, 오늘은 개인적 차원이나 일상에서의 공정을 파악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무엇을 실천하는 사람이 공정한 사람인가를 확인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일단, 개인적인 감정이나 편견을 배제하고 사실과 상황에 기반하여 결정을 내리는 사람을 얘기합니다. 가까운 사람과 먼 사람, 정이 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우리 편에 속해 있는 사람과 다른 편에 속해 있는 사람에 대해 철저한 차별적 기준을 적용한다면 공정한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 기준은 다양할 것입니다. 능력이 기준이 될 수도 있고, 인간성이 기준이 될 수도 있지만, 저에게서 사람 평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그 사람이 공정한가’입니다.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일지라도 매사를 처리하는데 사(私)가 작용한다면 일을 올바로 수행할 수가 없습니다. 단기적으로 본다면 그런 사람들이 대인관계에서 인기가 있고, 자신의 자리 보존을 잘할 수 있지만, 사실상 조직에는 해가 되고, 길게 보면 자신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삶을 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공정한 사람은 자신과 친소(親疎) 관계와 무관하게 모든 사람들을 공평하고 일관성 있게 대해야 하고, 객관성을 지녀야 하며,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결국, 공정한 사람이 가정이나 사회에서 존경을 받고, 장기적으로는 하는 일에 진정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정한 사람은 ‘사람을 존중하는’ 사람일 것이기 때문에, 특히 공직자의 공정은 필수적인 자질이어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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