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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세 권의 지혜 문서

by 염홍철


솔로몬은 구약성경의 <아가>, <잠언> 그리고 <전도서>의 저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편의 일부도 솔로몬이 지었다고 여겨지는 시가 있지요. 이들은 ‘지혜 문학’에 해당하는 글들입니다. <아가>는 사랑을 노래하는 글로써 사랑과 결혼에 대한 상징적 또는 은유적 표현이 담겨 있습니다. <잠언>은 솔로몬의 지혜와 교훈을 담은 내용이지요. 그리고 <전도서>는 솔로몬이 노년에 쓴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생의 무상함과 참된 지혜를 탐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소개한 바이올린 제작자 마틴 슐레스케는 위의 세 가지 글들을 풀이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아가>는 젊은 시절의 솔로몬이, <잠언>은 중년의 솔로몬이, <전도서>는 노년의 솔로몬이 쓴 것으로 이 세 문서를 함께 읽고 연관 지어 이해하지 않으면 각 문서의 내용이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것입니다. <전도서>의 체념과 <아가>의 정열, 양쪽 모두의 거부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가>의 첫 문장은 “아, 그가 내게 입 맞춰 주었으면...”으로 시작합니다. 반면 <전도서>에는 “헛되고 헛되며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지요.


경험이 많은 나이 든 사람에게는 젊은 시절의 낭만적인 삶은 이미 지나간 것입니다. <전도서>를 읽은 뒤에 <아가>를 읽는다면 영적인 실망으로 아마 <아가>를 덮어버리고 싶을 것입니다. <전도서>에서는 “일하는 자가 그 수고로 말미암아 무슨 이익을 얻으랴”라고 되어 있는데 일의 괴로움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삶에 대한 기대를 낮추지 않는다면 많이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슐레스케는 “모든 아이는 예술가다. 문제는 나이 들어가면서 어떻게 예술가로 남느냐 하는 것이다.”라는 피카소의 말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 됨’의 신비 안에 인간의 온전한 힘이 있고 그보다 더 강한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그러나 아이로만 지속될 수가 없지요. 그 뒤에는 실망과 낙심과 충격을 통과해야만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소망하고 신뢰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담담한 삶 속에서 인간은 성숙해 가는 것이지요. 그래서 <전도서>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은 ‘성숙한 사랑’입니다.


솔로몬은 <아가>, <잠언>, <전도서>를 통하여 열정과 체념의 과정을 거치하면서 인간의 세 가지 모습을 말하고 있습니다. 슐레스케는 이렇게 결론을 짓지요. “우리는 태어나서 한동안은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줄 알고 살아갑니다. 특히 어릴 때는 부모가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해 주지요. 하지만 성숙한 인간은 자신에게 힘을 주는 원천이 무엇인지 깨닫습니다. 무엇이 나를 강하게 하는지 알고, 이런 원천으로부터 힘을 얻어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성숙함과 강함의 표지입니다.” 그러면서 슐레스케는 “세상사를 모두 무시하고 기도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거짓 교사들과 사이비 선지자들이라”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복음서들은 결코 세상을 등지고 마음을 괴롭게 하는 영성을 설교하지 않는다고 덧붙인 것이지요. (이상의 슐레스케의 인용문은 슐레스케 <바이올린과 순례자> 188~199쪽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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