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함과 부끄러움의 차이

by 염홍철


지난주에 지천명 인문학 아카데미에서 국민 시인 나태주 선생님이 강연을 하셨습니다. 많은 청중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셨지요. 두 시간 가까이 지루한 줄 모르고, 어느 때는 시골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구수하고 어느 때는 예리하고 준엄한 꾸짖음이었으며 드디어 큰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나태주 시인의 말씀 중에 “창피하다고 말하지 말고, 부끄럽다고 하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무심코 섞어 쓰고 있으나 두 용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두 말의 개념과 뉘앙스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창피하다’는 말의 표준어는 ‘창피하다’입니다. 남에게 웃음거리나 비난거리가 되었을 때 느끼는 수치심을 가리킵니다. ‘부끄럽다’는 더 넓은 의미로 내적 도덕성과 연관이 됩니다. 잘못했을 때 마음속에 느끼는 도덕적 거리낌이지요.


나태주 시인의 말씀처럼 부끄러운 일을 하면서도 창피하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 표현입니다. 내가 잘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 창피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움은 내가 한 일에 대해 생기는 감정이고 창피함은 외부적 시선 즉 남들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기 때문에 자신이 잘못하고 창피하다고 하는 것은 틀린 표현인 것이지요.


좀 더 두 개념을 비교한다면, 창피한 것은 외부적 요인이고 부끄러운 것은 내부적 요인입니다. 즉 창피한 것은 남의 시선 때문에 체면을 깎인 것이나, 부끄러운 것은 양심에 비추어 죄책감을 비추는 것이지요. 따라서 창피한 것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 초점이 있다면 부끄러운 것은 내가 스스로 어떻게 느끼는가에 초점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양심에 거리끼는 잘못을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창피하다고 하는 것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뉘우침이 전제되지 않은 것입니다. 잘못했으면 창피하다고 하지 말고 부끄럽다고 하십시오. 잘못했으면서도 부끄럽다고 말하는 것은 두 번의 잘못을 저지르는 것입니다.


그날 저녁은 언어의 마법사인 훌륭한 시인을 만나 챙피하다와 부끄럽다의 차이를 분명히 터득한 유용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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