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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이 유사한 사람을 만나면

by 염홍철


지난주 어느 공직자를 만났습니다. 대전에 부임한 지 석 달째 되는 분인데, 대전이 고향도 아니고 근무도 처음 하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점심과 커피를 같이한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럴 때 보통 ‘코드가 맞는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상대의 말투·표정·주제에서 자신과 비슷한 정서적 코드를 감지할 때 친근감을 느끼는 것이지요. 보통 ‘상대가 편하다’, ‘말이 통한다’, ‘같은 세계관을 가진 사람 같다’는 느낌이 생기는 것입니다. 특히 시국이나 사회에 대한 관점이 비슷하면 그 사람과 공유하는 지적·감정적 리듬 자체가 비슷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친근감이 빠르게 상승하는 것이지요.


또한 이것을 보통 ‘유유상종’이라고도 부르지요. 유유상종은 일반적으로 ‘같은 무리끼리 서로 내왕하며 사귀는 것’을 말하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두 사람의 사회적 배경, 문화적 경험, 감정 표현 방식 등이 비슷할 경우 동질감을 빠르게 형성하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첫 만남인데도 오래된 친구 같은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하여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이러한 이해관계가 두 사람을 더 가깝게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주에 만난 그분은 저하고 전혀 도움을 주고받을 관계가 아닙니다. 하는 일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만나서 몇 시간 대화를 나눈 후 친근감을 느꼈다면 학술적으로는 일종의 ‘심리적 동일시’ 일 것입니다. 이는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상대도 가지고 있고, 사고방식에도 공감이 가며, 삶에 대한 태도나 기준이 부합될 때 우리의 뇌는 ‘저 사람은 나와 같은 사람이야’라고 빠르게 분류할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는 “오래 만나 봐라. 상대방의 단점도 보이고 의견이 달라 부딪힐 수도 있을 거야. 그러니까 오래 만나봐야지 한·두 번 보고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럴지도 모르죠. 그러나 첫 만남에서 사고나 가치의 공통점을 발견하여 친숙함을 느꼈다면 그것 자체로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헤어지면서 우리는 “다음에는 ‘깐부치킨’에서 만납시다”라는 인사를 건네며 그날 오찬을 끝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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