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일은 지워내는 것.
해변의 경계 그 어딘가에 나뭇가지로 새긴 글씨를, 간질이는 모래 감촉을 느끼며 맨발로 새기는 발자국을, 짠내 가득한 저곳에서 휩쓸려온 미역줄기를, 작은 조가비를 파도 거품으로 지워내는 것.
잠겨 죽어도 좋으니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는 어느 구절처럼 사정없이 다가오다 이내 뒷걸음질 치는 것.
푸르고 어둑한 그 해변가 경계 위로 새겨지는 흰 햇빛을 눈부시게 비춰주는 것.
그냥 새겨지는 것.
그저 쓸어내는 것.
괜찮아. 다 잘 될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