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용기
매 순간이 결과 같을 때가 있다.
하루에도 열두 번씩 성적표를 받아 든 것만 같은 기분.
지나고 돌아보니, 그저 과정이었고 심지어 필요한 단계들이었음을 알겠다.
허나, 당장에는 스스로의 절실함에 갇혀서, 매 순간이 치명적인 듯 안절부절못했다.
일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해 낼 수 있었다면
지나는 길 위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순간들도 모두 삶이고 과정이겠다.
생을 가진 모든 것이 닿게 되는 데드라인까지의 노정에서
지금 이전의 시간들과 이후의 나날들이
다 개별로 존재하는 것이겠으나,
짧든 길든, 작던 크던, 떼어낼 수 없는 하나이기도 하다.
하나를 미워하다 보면, 이것저것 모든 것이 다 미워지는 거겠지.
버릴 수도 지울 수도 없는 얼룩들은 그대로 두고,
지금 이 자리에서 생각하고, 느끼고, 보이는 것들에서 스스로를 털어내어 본다.
과정이라 여길 수 있는 거리 만큼만, 두어 걸음 정도면 되겠다.
이런 마음이 되는 순간에 항상 떠올리게 되는 대사가 있다.
필립 세이무어가 조연으로 출연했던 2004년 영화, Along Came Polly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과거 아역 스타 시절에 매달리는 현재 백수, 그를 각성시킨 한 마디.
"It's not about what happened in the past, or what you think might happen in the future. It's about the ride, for Christ's sake. There is no point in going through all this crap, if your are not going to enjoy the ride."
오늘 나의 라이드는 다이어트인데. 20시간 공복 다이어트.
이걸 즐기려면, 허기짐을 즐기란 말인데.
사라지는 체지방을 상상하면 즐거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