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신입생 소집일은 주로 1월 초에 있는데, 3월에 입학할 신입생과 보호자들의 분위기를 살필 수 있는 첫 만남이다. 보통 이날 학교안내책자를 나누어 주는데, 안내 책자에는 학생의 기본적인 인적사항, 개인정보 수집 이용 동의서, 예방접종 기록, 건강기초조사서(알레르기 여부), 응급처치 및 병원 후송 동의서, 돌봄교실 신청서, 교육급여 신청서가 들어 있고, 별도로 행정실 CMS 신청서가 포함되어 있었다.
보건, 교무, 1학년, 행정실 등 여러 부서에서 요구하는 서류가 많은데, 사전에 설문폼을 활용하여 전자 설문지를 작성해 두고, 소집일 당일 QR 코드만 띄워놓으면 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후임 1학년부장을 위해 준비해 놓으려고 계획만 했는데, 학교를 옮기는 해여서인지 마음 속 계획만 몇개월째다.
학구 행정복지센터에서 학교로 보내온 서류대로 학생들이 왔는지 확인하고, 학생이 오지 않았을 경우 전화해서 취학 유예나 전학 여부를 살핀다. 취학 유예를 하기로 했다면 교무실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는지, 전학이라면 전학 예정인 학교에 전화해 전입학교 소집일에 출석했는지 확인한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소집일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이 발생하면 반드시 그날 보호자와 음성 통화 후 영상통화가 필요한 사정을 밝히고, 사전에 업무폰으로 카카오톡 친구 등록을 한 뒤 영상통화로 전화를 건다. 학생이 무사히 잘 있다면 취학통지서는 차후에 교무실에 제출하도록 안내한다.
신입생소집일 이후 가장 큰 문제는 국적이나 가족관계처럼 서류상에 명시되는 특징을 제외하고는 학생의 정서행동상 이상징후를 알아낼 수가 없어서 정서행동 특성에 따라 반 배정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관행적으로 성별, 다문화 여부에 따라 학생이 골고루 나눠지도록 임의 배정하는데, 학생의 정서나 행동특성은 알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에 1학년 선생님들이 반을 뽑는 날은 그 어느때보다 긴장감이 고조된다. 특정 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이 몰릴 수 있어 실제 반별 분위기는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어떻게 하면 신입생소집일 당일에 간단하면서도 신뢰도가 높은 정서행동특성 간이 검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평소 디지털기기에 많이 노출된 학생들이 학교에서 이상 행동을 보이는 빈도수가 높다는 경험적 직관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간이 검사지에 학생들이 잘 알고 있는 게임, SNS 애플리케이션 20~30개를 선별해 쭉 늘어놓고, 이름을 말할 수 있는 아이콘 개수를 세어서 그 숫자를 쓰라고 했다.
가장 많이 표시한 상위 학생 명단과 평소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잉 행동을 하는 학생 이름이 겹치는 비율이 높을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다른 반에도 실시를 부탁해 간이 검사지가 정서 행동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학생을 걸러내는데 적당한 검사인지 의견을 여쭤볼 예정이다. 정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변별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신뢰도와 타당도가 갖춰졌다면 내년 소집일부터 본격적으로 사용하고 그 결과를 반배정에 활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