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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부장 Oct 27. 2024

옆 반의 유형

MBTI보다 정확한 옆반TI

외부 활동형

  교실 수업 외의 외부 활동이 많은 유형이다. 책상 위에 맡은 반 수업과 관련 없는 물건 또는 서류가 쌓여 있거나 책상 모니터암에 연결된 대형 모니터 2개를 병풍처럼 쓴다. 외부에서 자신을 부르는 곳이 많아 본인과 친하게 지내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꿀향기를 풍긴다. 외부활동과 많은 업무를 하는데 따르는 시간 대비 수익을 살펴보면 허풍과 달리 소소한 경우가 많다.


  외부활동형은 계속 일을 가져올 수는 있으나 본업이 제대로 굴러가는 데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다. 사람의 시간, 체력, 감정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그 에너지를 어디에 쓰느냐가 곧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숨겨진 비기가 있는 사람은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나와 잘 지내야 좋은 일이 생긴다는 심리적 지배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냥 동료로 함께 지냈을 때 좋고, 편한 사람이지 장밋빛 미래 따위는 약속하지 않는다.      


수다형

  수다형은 본인을 소재로 웃기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아니면 대부분 다른 사람을 소재로 시시콜콜 얘기할 가능성이 높다. 입방아에 오르는 사람은 온갖 곳에서 까이는 양파형 인간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굳이 나까지 그대화에 참여할 필요는 없다. 적당한 선에서 대화를 끊고 교실로 돌아와 업무를 처리하기를 추천한다. 수다형 동료에게는 학교 돌아가는 사정이나 소문을 들어 참고만 하고, 부장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정시 퇴근할 수 있다. 수다형 동료와 잘못 엮이면 나중에 발을 빼기도 어려워지니 부장이 애초에 안건 없는 회의를 학기 초부터 하지 않아야 수다형 동료도 다른 무대를 찾아 떠날 기회가 생긴다.      


승진형

  최근에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간간이 보이는 유형이다. 승진형 동료는 학생을 위해 꼭 해야 할 일은 줄이고, 호시탐탐 본인의 승진에 필요한 일을 밀어 넣으려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누적된 학습부진으로 보충지도가 꼭 필요한 학생이 있어도 가정이나 학원으로 책임을 전가해 서류상으로 무결점인 반을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학기말 관리자 평정을 잘 받으려고 스스로 관리자에게 빙의하여 학년 선생님들이 관리자의 뜻대로 움직이기를 은연중에 바라는 동료도 보았다.

      

  본인의 연구 점수를 채우기 위해 학년 선생님 전체의 수고가 필요한 공모 사업에 참여하자고 부추기거나 아무렇지 않게 일을 들이미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심할 필요가 있다. 경험에 따르면 승진을 꿈꾸는 유형의 동료들은 상대적으로 나르시시스트적인 경우가 많아서 본인의 뜻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거나 자신의 뜻과 다른 방향을 언급하면 불쾌해 할 수 있으므로 천천히 관찰하면서 접점을 조정하기를 권장한다.


자유로운 영혼형

  자유로운 영혼형은 조직이 굴러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일조차 잘 안 하려는 부류이다. 아무도 안 하려는 과중 업무를 맡은 사람에게까지 업무를 미루는 강력한 정신력의 소유자다. 학년 선생님들의 협업이 필요한 일에 별 이유 없이 혼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든가, 본인의 특수한 취향을 학생들에게 강요하다가 민원 전화가 걸려온다든가, 맡고 있는 반과 담임의 문제인데 본인이 책임지지 않고 부장이나 관리자에게 책임을 덧씌우는 등의 행태를 보인다.


  일을 많이 벌여서 괜히 피곤하게 하는 것보다는 자유로운 이쪽이 차라리 같이 근무하기는 낫다. 인정 욕구가 많은 동료에게서는 언제 어디서 업무가 날아올지 몰라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반면에 자유로운 영혼형은 항상 예측되는 기본값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같이 일하기는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넘어 민폐형 동료일 경우 곤혹스럽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복무 일정인데 근태 관리가 안되고 부장에게 언지도 없이 학교에 안 나오는 동료가 있다. 타지역 임용 또는 다른 직종 시험을 준비하느라 악의적으로 병가를 악용하거나 예고 없이 학교에 안오고 사후 복무 결재를 받는 기이한 동료도 보았다. 

 

민원형

  학부모 민원으로 힘든 학교가 대다수인 반면, 민원형 동료도 있다. 월급 생활자로서 처우나 복지에 불만이 있을 수 있고, 불합리한 업무 관행이나 업무처리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다. 다른 동료들도 현생에서 다들 바쁘고 힘든 상황인데, 다른 사람들이 하는 업무 강도는 생각지 않고 무작정 본인의 업무가 힘들다고 다른 사람을 물고 늘어지는 경우가 있다.


  본인의 능력이 맡은 업무에 비해 출중해 보상이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다면 다른 직업을 찾거나 기대를 낮추어야 할텐데 안타깝게도 직업에 대한 집착은 대단해 다른 동료도 힘들게 한다. 부장 입장에서는 정확한 정보 전달을 하고 되도록 사적인 접촉을 줄이는 게 심신 건강에 좋다. 나중에 무슨 사유로 꼬투리를 잡힐지 모르므로 업무 처리 전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의견을 묻는 과정을 서면(메신저 쪽지 등)으로 남겨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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