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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다니는 모든 학생들은 운동 동아리에 가입되어 있다. 맨손체조, 축구, 농구처럼 익숙한 종목부터 게이트볼, 공수도, 근대 5종, 철인 3종경기까지 종목도 다양하고, 공식 명칭은 스포츠클럽이라 불린다. 하지만 스포츠클럽 제도 도입 취지대로 온전히 운영되는 학교 찾기란 어렵다. 정해진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하고 생활지도하기에도 바쁜 교사들이 수업시간 전에 출근해 별도로 운동까지 지도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스포츠클럽을 하는 날에 반 학생 모두 일찍 등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대다수 학생이 일찍 등교하였다 하더라도 교사 입장에서 단 1명이라도 등교하지 않았거나 소재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는 클럽 활동 장소로 이동하기 꺼려진다. 늦게 온 학생이 혼자 교실에 있다가 문제가 생기거나 소재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별도의 공간에 교사가 있었다면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때문이다.
학생이 등교하기 전 담임은 일정, 사전 연락받은 학생들의 출결, 학부모 메시지, 학교 메신저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 바쁜 시간에 학생들을 독려해 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별도의 쉬는 시간 없이 곧바로 교과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교실 바로 옆에 빈 공간이 있어서 담임과 학생들이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유휴교실이 충분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학교에서 교실은 부족하고, 반별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 전담 교사가 없어 내실 있게 운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신체활동을 하기에 적합한 날짜로 스포츠클럽 계획을 해두었다고 하더라도 실제 나가려고 보면 미세먼지, 기후 위기로 급격하게 변하는 날씨로 제약이 많고, 강당을 사용하려고 해도 여러 학급이 사용하기에 비좁다.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 전담 교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활동내역까지 입력하라는 교육부는 학생들의 신체활동 시간을 늘리는 티는 내고 싶었을지 모르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시설 투자에는 눈을 감았을 것이다.
스포츠클럽은 교과에 편성되지 않은 정체불명의 클럽이기도 하다. 보통 1교시 수업 전 20분씩 진행해서 학기당 n번씩 진행하고 학기마다 스포츠클럽에 참여했다고 기록을 하지만 20분 안에 제대로된 운동을 시작해서 마치기까지는 애매한 시간이다. 오고 가는 이동시간과 준비 운동에 적어도 10분을 쓴다면 실제 활동에 쓸 수 있는 10분 남짓한 시간이고, 시작하자마자 곧 끝내고 교실로 돌아와야 하는데 과연 스포츠클럽답게 운영할 수 있을까? 제대로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려면 계획보다 더 이른 시간에 모여 1교시 수업 시작 시간에 클럽 활동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와야 1교시 수업에 지장이 없다.
학생들의 신체활동 시간을 늘리려면 기존에 교과로 편성되어 있는 체육 교과 시수를 늘리거나 학생들의 신체활동을 방해하는 핸드폰 사용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지 지금처럼 형식적으로 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나서 학교는 할 일을 다했다고 말하기에는 겸연쩍다. 학기말에 학생부에 스포츠클럽 활동 내역을 쓰면서 교사는 그래도 하긴 했으니까 써도 괜찮겠지라고 위안하고, 학생들은 우리가 스포츠클럽 활동을 이렇게나 했나 하고 의아해하지만 방학 동안 모두의 머릿속에서 스프츠클럽은 잊힌다.
저학년은 놀이 활동이 통합 교과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신체 활동이 매우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학교 건물 내에 저학년이 맘 놓고 뛰어놀 공간은 복도밖에 없다. 1학년 담임들은 쉬는 시간이면 제발 걸어 다니라고 지도하고, 그래도 신체 활동이 절실한 아이들은 선생님만 보이지 않으면 시도 때도 없이 콘크리트 건물을 전력질주하는 것이다.
학교 내부 공간에 유휴 공간이 없는 것도 스포츠클럽 활동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물리적 이유이다. 학생수가 줄어들어 빈 교실이 늘어나야 정상인데, 학교의 기능 변화로 돌봄 교실, 늘봄교실, 방과후교실이 기존 교실을 대체했다. 학생들이 자유로운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여전히 강당, 운동장 밖에 없다. 교육과정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구현해 줄 하드웨어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에서 스포츠클럽은 의도와 포장은 그럴듯한 제도였으나 한 번 들어온 이상 여타 제도들처럼 사라지지 않고, 사라지지 않고 다음 학기에도 또 돌아올 것이다.
샤워실은커녕 일주일에 1~2번 정해진 시간 이외에는 강당이 비었는지 확인하고 강당을 써야 하는 학교 현실에서 스포츠클럽은 현실을 인정하고 없어지거나 체육교과 확대로 풀어야 할 과제이다. 24년 3월부터 시행된 학교체육 진흥법 제3조(학교체육 진흥 시책과 권장)에 따르면 학교스포츠클럽운영은 권장사항이고, 학생부 기록도 필수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