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자처
*글 마지막에 있는 음악과 함께 읽으시면 더 좋습니다! (자처 - 한로로)
가끔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다.
나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핑계를 찾고 탓하게 된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나는 누군가를 탓했고 상황을 탓했다.
그 사람이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지금 상황이 조금 더 좋았다면.
나의 불편한 현재를 다른 무언가에 이유를 찾으며 도망갔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조금 달라졌다.
나에게서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을 탓하고 상황을 탓했다.
마음은 편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나를 탓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나 상황을 바꾸는 것보다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이 더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성장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원인을 주변이 아닌 나에게서 찾고 그것을 고치면서 어른이 되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유 모르는 아픔들이 찾아왔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인 것만 같았다.
밖에서는 항상 괜찮은 척 웃는 모습으로 지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찾아오면 알 수 없는 아픔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내가 원래 이렇게 눈물을 흘리는 감성적인 사람이었나?
처음이었다.
누군가를 탓하다 나를 탓하게 되었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여전히 없었다.
도망가고 싶은 상황들에서 나는 여전히 발버둥 치고 있었다.
여전히 힘들었고 아팠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의 표정은 전보다 더 밝아 보였다.
이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분명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여전히 선택할 수 없었고,
주변 사람들은 그대로였다.
나는 단지 나를 자처했다.
무엇을 탓해야 하나.
불편한 사람들.
불편한 상황들.
그리고 나.
무엇을 탓하더라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었다.
그저 자처하며 오늘을 살아갈 뿐.
https://www.youtube.com/watch?v=JyoltvsJ9F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