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를 위한 기도

2월 27일

by 화니와 알렉산더

어릴 때부터 식당에 가면

밑반찬으로 멸치가 나오는 게

그게 그렇게 싫었다


그렇게 싫어하는 멸치를 나는

늘 싹싹 비웠다

어른들은 말했다

멸치 좋아하는구나?


싫다는 말을 못하는 나의 앞에

멸치 한 그릇이 새로 나왔다 식당

사장님이 말했다

멸치 좋아하는구나?


나는 멸치를 좋아해서 먹는 게 아니었다

나는 멸치를 싫어해서 먹는 거였다


한 육체가 고스란히 상에 올라와있으면

다시 말해 온전한 하나의 몸뚱이가 놓여있으면

나는 언제나 책임감을 느꼈다

한 생명의 죽음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


식당에서 알바를 할 때

개수대에 놓인 수많은 멸치 시체를 본 적이 있다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나는

성호를 긋고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요즘에도 나는

멸치를 위해 기도한다

매일은 아니고 매주도 아니고

몇 주에 한 번씩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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