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과 철학도

2월 28일

by 화니와 알렉산더

영세한 노점상이

잡다한 물건을 팔고 있다


노점상은 어제 저녁을 굶었다


어제 저녁을 굶은 노점상이

계통없이 잡다한 물건을 팔고 있다


노쇠하고 추레한 노점상은

하이데거를 읽고 있다


그가 하이데거를 읽고 있다는 사실에

스무 살 철학도는 놀란다

이 놀람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

스무 살 철학도는 모른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현존재인 인간의

고유한 권능은

존재물음이라고 하는데


스무 살 철학도는 노점상을 지나치며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왜 하이데거를 이해하지도 못하는 나는

철학도라며 잘난체를 하는데


왜 하이데거를 이해하는 저 남루한 사나이는

하루 종일 저곳에서 식탁처럼 앉아있나


스무 살 철학도는 끝끝내 깨닫지 못한다


자신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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