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1
돌이켜보면 모든 시절은 나에게 무언가를 주고 떠났다.
다시 돌려줄 수 없는 무언가를 받고 또 받으며, 나는 27년 동안 살아왔다.
비애만 주는 시절도, 행복만 주는 시절도 없었다.
모든 시절은, 꼭 슬픔과 기쁨을 함께 준다는 점에서는 공평했다.
군인으로 살았던 시절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리고 성인 남성으로서 필연적으로 통과해야 했던 시절이다.
그 시절은 사람을 주었다.
언제 만나도 반가운 사람.
소중한 사람.
그 시절은 나에게 친구들과 함께 이 책도 주었다.
미국 소설가 피터 스완슨(Peter Swanson)의 '죽여 마땅한 사람들(The Kind Worth Killing)'.
당시 내가 머물던 오산기지의 3층 높이 병사 생활관(내무반) 건물 1층에는 당직사관실이 있었다.
당직사관실에 들어서면 왼쪽 벽면에는 전부 책꽂이가 있었다.
'국방부 진중문고'를 비롯한 서적이 수백 권 이상 있었고, 당직을 서는 병사가 일종의 사서로서 그 책들의 출납을 관리했다.
내가 이 책과 조우한 곳은 바로 그 당직사관실이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은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각각 2016년 3월과 7월에 출간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빠르게 번역되어 출간된 셈인데, 번역의 질이 우수하다.
이 책을 번역한 번역가 노진선 씨의 국역은 훌륭하다.
마치 피터 스완슨이 한국어로 쓴 글을 읽는 것 같다고 생각했을 정도이니.
이 책을 읽으며 앞으로 노진선 씨가 번역한 책은 믿고 읽겠다고 마음먹었다.
잡지사 기자로 일하는 동안 편집장이 그녀의 외신 번역을 칭찬하며 번역 업무를 많이 맡겼다고 한다.
번역가로서 그녀가 처음 번역한 작품이 미국 작가 엘리자베스 김(Elizabeth Kim)의 소설 '만가지 슬픔(Ten Thousand Sorrows'이다.
첫 번역작부터 번역이 탁월하다는 독자들의 평이 많았다고 하는 노진선 번역가의 근작은 '라이프 임파서블(The Life Impossible)'이다.
노진선 씨는 자신이 번역한 최고의 책으로 영국 작가 매트 헤이그(Matt Haig)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The Midnight Library)'를 꼽았는데, '라이프 임파서블'은 매트 헤이그의 신작이다.
"Everyone dies. What difference does it make if a few bad apples get pushed along a little sooner than God intended?"
모든 사람은 죽어요. 썩은 사과 몇 개를 주님의 뜻보다 조금 일찍 버린다고 해도 무슨 차이가 있죠?
아내가 바람을 피운 현장을 목도한 테드는 성공한 사업가이다.
그는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릴리에게 가볍게, 농담이라는 듯 아내에 대한 살의를 표현한다.
릴리는 전혀 뜻밖의 반응을 보인다.
테드가 아내를 살해하는 것을 돕겠다는 릴리.
세상에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 그녀에게 이번 살인은 처음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