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일기
부제 : 취미는 많구요, 특기는 취미 찾기!
작년에 친구들과 재미로 백문백답을 했다. 백가지 질문에는 취미와 특기에 대한 물음도 포함되어 있다. 취미를 묻는 질문에는 항상 주춤하게 된다. 적을 취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이다. 나는 아마추어 러브 클럽이기 때문이다. 이 모임의 회장은 나이고 회원도 나 한 명 밖에 없다. (하지만 언제나 상시 모집합니다. 많관부)
아마추어 러브 클럽의 취지는 ‘쉽게 좋아하고 많이 좋아하기’ 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아직은 회원이 나밖에 없지만요, 아무렴 ‘아직은’ 이니까요.) 아마추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프로라기엔 전문성이 부족하지만, 생각에 그치지 않고 행동했으니 일반인은 아니므로 아마추어가 딱 맞다.
나는 아마추어 러브 클럽의 회장이자 회원으로서 다양한 취미 활동을 시도해 본다. 이건 결국 내가 좋아하는 일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모험가란 뜻이다. 좋아하는 일 찾는 게 뭐 그리 대수냐며 거창하게 클럽이니, 이름도 붙이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꾸준히 좋아하는 일 찾는 사람들이야말로 멋진 현대인이라 생각한다.
생각보다 주위에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치열하게 살아가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것은 뒷전이 되고, 당장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우선시 된다. 그러다 지쳐 멈추는 날엔 좋아하는 것은 커녕 내가 누구인지조차 잃어버린 것 같은 상황에 빠져버린다.
아마추어 러브 클럽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취미로 만들어 두는 것은 초콜릿을 만드는 일이라 볼 수 있다. 삶의 여정에서 힘들 때 하나씩 꺼내먹는 초콜릿은 먹으면 당을 채워주고 잠깐의 휴식 시간도 되어준다.
내가 만든 초콜릿을 몇 개 소개하자면 대충 이렇다.
- 코바늘 뜨기 (근데 네 잎 클로버만 뜰 수 있음. 최대로 수세미까지 가능)
- 레진 아트 (근데 미경화 파티임. 결과물에 기포 왕창 들어있음)
- 기타 (근데 코드 몇 개만 짚을 수 있고, 사실 그마저 보고 해야 하긴 함. 노래 따라 연주하기는 불가능 ^!^)
- 기록 (일기, 다이어리, 블로그 등 기록의 수는 많지만 감정의 형태로만 잔뜩 있어 언제 뭘 했는지 사건에 대한 정보는 다소 부족)
- 작가의 말, 시인의 말 수집하기 (책 샀다고 다 읽었을 거란 판단은 섣불러요?)
이것도 취미라 말할 수 있나요? 라고 물어본다면 1초도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다.
그럼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아마추어 러브 클럽‘이다. 만들어진 초콜릿의 모양보다도 만들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동시에 여기서 아마추어 러브 클럽의 그림자가 드러난다. 취미는 많구요, 특기는 잘 모르겠어요.
프로 러브 클럽은 아니라 특기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특기가 뭐냐는 질문은 어떤 것을 말해야 할지 몰라 고민할 때가 많았다. 특기라 물으면 정말 ‘잘’해야만 할 것 같아서, 취미에서 하나를 골라 말하기엔 좀 곤란했다.
그렇게 특기가 뭐예요? 하는 물음에 잘 모르겠어요 라고 답을 하려던 어느 날, 하나의 꼼수가 생각이 났다.
좋아하는 거 찾기요!
이게 특기냐고?
완전 특기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좋아하는 마음이 식을 때까지 좋아해 주는 것. 이거야 말로 내 특기다. 찰나의 순간에 잔머리를 굴린 것인데 생각해 보니 정답이었다. 내향형에 낯가림도 심하고 집 밖으로 잘 나가지도 않는다. 카페도 식당도 익숙한 곳만 선호해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딱 좋은 성격을 가진 나지만, 좋아하는 일을 찾아 나서며 세상을 넓혀가고 있다.
어학사전에 ‘아마추어’ 단어를 검색하면 <예술이나 스포츠, 기술 따위를 취미로 삼아 즐겨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나온다. 나는 취미로 내 삶의 예술을 나만의 방법으로 즐기는 사람이다. 꿈 보다 해몽이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그것 또한 아마추어라 할 수 있는 말이라 믿는다.
전문적으로 깊고, 꾸준히 사랑하기 힘들다면 언제든 아마추어 러브 클럽의 문을 두드려 달라. 두 팔 벌려 환영한다.
2024년 1월 14일
<모호하고 아름다운 독립출판의 세계>를 경험하고 1. 나의 세계가 확장되는 것에 대한 기쁨과 2. 예술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내가, 내 삶을 예술로 해석하는 하나의 방법을 찾아 신나서 쓰는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