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는 시간의 밀도
오늘 아이와 햄버거 가게에 들렀다.
대단한 외식도 아니고, 특별한 날도 아니다.
지나가다 배가 고파서 자연스럽게 들어간 작은 가게였다.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이제 곧 4학년이 되는 아들 녀석이
자리에 앉자마자 내 옆에 딱 붙었다.
햄버거를 먹는 내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자리는 충분히 많았고,
굳이 그렇게 붙어 앉을 이유도 없었다.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론 조금 불편해서 말했다.
“옆에 자리 많잖아. 저리 좀 가.”
그랬더니 아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싫어. 아빠 잡고 먹을 건데.”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이었을 텐데
그 한마디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괜히 햄버거를 한입 더 천천히 씹게 됐다.
남들은 이제 다 컸다고 말한다.
말도 커졌고, 생각도 제법 어른 같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다.
그런데 나에게는 아직 너무 어리고,
여전히 손이 가고, 눈이 가는 아들이다.
가능하다면… 조금만 더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
부모의 이기적인 바람일지도 모르지만.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서로에 대한 정이 깊어진다는 걸 요즘 자주 느낀다.
꼭 무언가를 해야만 관계가 깊어지는 건 아니다.
같은 공간에 앉아, 같은 속도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생각은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자주 든다.
우리 회사는 크지 않다.
여전히 6명이고,
앞으로도 급하게 사람을 늘릴 계획은 없다.
함께 오래 일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게
지금의 우리에겐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도 나는 비슷한 장면을 자주 본다.
굳이 따로 앉을 필요가 없는데
자연스럽게 가까이 앉아 이야기하는 모습.
일 이야기뿐 아니라
요즘 사는 이야기, 아이 이야기,
주말에 다녀온 장소 이야기까지 섞인다.
효율만 따지면
불필요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시간이 쌓여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고,
필요할 때 더 믿고 맡길 수 있게 된다.
아이와의 관계도,
회사에서의 관계도
결국 같은 원리로 움직이는 것 같다.
함께 있는 시간의 밀도.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
같은 공간에서 호흡했는지.
언젠가 아이는 내 곁을 떠나
자기만의 길로 걸어갈 것이다.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회사에서도 누군가는 언젠가
각자의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때 마음 한편에
“나는 충분히 존중받았고,
함께한 시간이 따뜻했다”는 기억이 남아 있기를 바란다.
아이에게도,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게도.
자식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존재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오늘 같은 순간을
더 의식적으로 붙잡으려 한다.
햄버거를 먹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아이의 그 한마디가
오늘 하루를 충분히 좋게 만들었다.
“아빠 잡고 먹을 건데.”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나는 여전히 그렇게 말해주는 관계를
지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