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지 않아도 충분한 하루

by Bosu Jeong

우리 가족의 일상은 단순하고, 거의 비슷한 일정이 반복된다.

사실 나는 반복되는 일상을 특별히 좋아하는 성향은 아니다.

새로운 걸 시도하는 걸 좋아하고, 즉흥적인 선택에도 익숙한 편이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며 함께 살아보니

반복되는 일상이야말로 에너지 소모가 가장 적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도, 어른에게도.


우리는 충분히 잠을 자고 아침을 함께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식사 후에는 각자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식탁에 네 자리를 만들고,

각자 읽고 싶었던 책을 하나씩 가져와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렇게 일정한 시간이 흐른다.


점심 시간이 되면 함께 움직이고,

점심 이후에는 가족이 함께하는 일정이 있다.

산책을 하기도 하고,

공연을 보기도 하고,

스포츠 경기를 보러 가기도 한다.


오늘은 동네의 나지막한 언덕을 걸었다.

산책을 하며 나는 첫째 아들과도 짝을 이루어보고,

둘째 아들과도 짝을 지어보고,

아내와도 나란히 걸어본다.


그때그때 옆에 있는 사람과

요즘 있었던 일,

학교 이야기,

사소한 생각들을 나눈다.


산책을 마치고 우리는 서점에 들렀다.

첫째는 좋아하던 책의 새로운 시리즈가 나왔다며 한참을 들여다봤고,

둘째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는 책을 하나 골랐다.

그렇게 책을 몇 권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여행을 가지 않아도 좋다.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주말마다 일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무리한 주말은

주중의 리듬을 흔들어 놓기 때문이다.


심플하지만 규칙적인 이 일상은

나에게 큰 힘이 되고,

조용한 즐거움이 된다.


이건 회사도 비슷하다.

대표가 마음대로 일정을 바꾸고,

급하게 방향을 틀고,

순간의 판단으로 사람들을 흔들면

그 에너지는 고스란히 조직의 피로가 된다.


작지만 강한 조직은

규칙적이고,

에너지 소모가 적고,

그 안에서 각자가 기쁨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

그래서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하루.


나는 이런 주말이 참 좋다.


작가의 이전글한 발 말고, 반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