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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susHomo

우르수스는 독백에 뛰어났다. 비사교적이지만 수다스러운 기질을 타고나 아무도 만나기 싫어하면서도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자기에게 말을 하는 것으로 욕구를 충족시켰다. - 웃는 남자, 빅토르위고


수탉, 피카소, 1938



다큐멘터리는 '사실'위에 구축되지만 그 사실들이 언제나 '진실'인 것은 아니다. 그것을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만들면서도 속을 때가 많다. 놀며, 보며, 만들며 세상을 배운다.


다큐멘터리를 업으로 산다. 미디어환경이 너무 변해서 이제 다큐의 의미도 다큐를 만드는 목적도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구현 방식은 거의 천지개벽에 가까울 정도로 확장됐다. 기술의 발전 때문만은 아니다. 그만큼 다큐의 세계 자체가 변했다. 다큐가 소비되는 매체와 소비 과정도 완전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다큐멘터리가 많이 만들어진다는 것. 다큐도 이제 상업적 성공의 대상이 됐다. 나쁠 거 없다.


다큐를 본다. 일 때문에도 보고 그냥도 본다. 내가 필요한 정보만을 취하고 덮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습관처럼 보는 것이니 그걸 다 새겨 기억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보고 나면 그걸 또 화제 삼아 수다를 떤다. 며칠씩 곱씹어가며 논쟁할 만한 게 걸릴 때도 있고 한 두 마디 하고 나면 더 할 말이 없어 금세 잊어버리는 것도 있다. 분명한 건 아무리 허술한 다큐라 해도 거기에는 또 그만한 읽어볼 만한 세상이 있다는 것. 그러니 또 다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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