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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Jul 01. 2024

21.06.30

캐나다에 살던 시절, 뜻 밖에 국제 룰 한 가지를 발견했습니다.

바로 '음식이 떨어진 후 3초 안에 주우면 먹어도 된다'라는 룰인데요.


이민온 친구들을 돕기 위한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할 때였습니다. 핀란드에서 온 친구가 샌드위치 빵을 떨어트리더니, 바로 주워 샌드위치를 입에 넣는 것 아니겠어요?

그걸 보고 선생님이 "그거 더러운데 먹으면 안 돼"라고 했더니 "3초 안에 주워서 괜찮다고 하는 거예요?"

점심을 먹던 멕시코에서 온 친구가 "그거 국제 룰이었어? 우리도 그런데"라고 말해서 다 같이 빵 터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3초. 긴 시간은 아니죠.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줍기에는 짧을 수도 있습니다.

식탁에서 떨어진 음식을 호시탐탐 노리는 음식 약탈자가 있다면 말이죠.


우리 집에는 식탐이 대단한 약탈자가 있었습니다. 밥을 먹을 때면 어디선가 나타나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표정을 하고선 음식을 구걸했죠. 혹여나 실수로 음식을 흘리는 순간엔 1초 만에 자신의 기지로 음식을 가져가

유유히 음식을 즐기곤 했습니다. 약탈자의 식탐은 끝이 없는지 식사가 종료되어도 배고프다면서 다리를 긁곤 했죠. 그 덕분에 우리 집에는 국제룰인 3초 룰이 아니라 1초 룰이 적용되었습니다.


제가 중학교 1학년이었던 2010년 12월 28일에 집에 왔던 2010년 11월 18일생 막내였죠. 꽤나 잘 지냈습니다. 성질이 더러워서 손가락을 많이 물리고, 싸우긴 했지만 나름 잘 지냈었어요. 그렇게 학창 시절, 대학교를 갔고 같이 있는 시간이 멀어졌습니다. 군대에 가서 생각해 보니 같이 있던 시간이 너무 적더라고요. 그래서 산책도 더 많이 하고, 같이 놀아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근데 인생은 항상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21년 6월 30일에 먼저 댕댕별로 떠나버렸습니다.

딱 3년 전이네요. 도저히 가족들 얼굴을 보고 밥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혼자 간이 식탁을 두고 밥을 먹는데, 먹던 반찬을 떨어트렸어요. 계란말인가... 그랬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적막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쉽지 않네요.


근데 이 슬픔을 어디에 얘기할 데가 없더라고요. 가족들한테 말해봐야 힘들기만 하고, 그렇다고 밖에 가서 얘기하자니 '강아지 한 마리가 뭐'라고 앞에서 펑펑 울면 저를 좀 이상한 사람 보는 것처럼 볼 것 같아서. 그냥 혼자 삼켰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매년 이 시즌만 되면 쉽지 않습니다.

아 괜히 이 주제로 글렀어.


어제가 댕댕 별로 떠난 지 3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젠 진짜 괜찮아, 형 마음 단단해졌다 싶었는데, 아직은 힘든가 봅니다.

가족이라 생각했던 구성원의 이별을 겪으니 앞으로 살기가 좀 무서워지는 것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뭐 어떡하겠어요. 잘 이겨내는 법을 알아가는 게 또 제 인생의 큰 숙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바뀐 점도 있어요.

몽이 생각이 날 때마다 '옆에 있는 사람, 평생 안 간다'는 생각을 매일 합니다. 좀 더 잘해줘야지, 친해지고 싶으면 바로 친해져야지, 필요 없으면 바로 멀어져야지, 등등 좀 인생을 편하게 살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아픔을 담고 살아나는 걸까요. 제 생각 이상으로 인간은 강한 생명체인 것 같습니다.


한 번 만 더 형 가족으로 와라!!

못 해준 만큼 더 잘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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