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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Jul 08. 2024

유토피아는 시간이 흐를까

(1/2). 유토피아

최근에 유토피아를 다룬 전시회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토피아는 '이상향'을 뜻하는 단어죠. 아픔도, 슬픔도 없는 온전한 장소입니다.

전시회는 현세에서 시작해 유토피아에 도달하는 과정을 작가들이 상상한 유토피아의 감정에 따라 보여줍니다.


전시회에서 제가 느낀 유토피아는 '현세의 기억을 가지고 그들을 추억하다가, 그 모든 기억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 아무것도 없는 온전한 장소에 도달'하는 거였습니다.

심오하더라구요. '천국에 가려면 죽어야 한다.' , '환생을 하려면 삼도천을 건너며 기억을 모두 잊어야 한다' 같은 느낌이랄까요.

결국 지금 나를 자각하는 모든 것을 끊어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확실히 그곳은 자극이 없겠죠. 날 싫어하던 사람, 날 좋아하던 사람, 날 사랑하던 사람 나를 자극하는 모든 것이 없는, 그저 '편안함'만 남은 장소일 테니까요.


전시회장의 마지막에서는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자신의 '이상향'의 키워드에 부합하는 장소들을 보여줬습니다.

초원 가운데 피어있는 나무 한그루, 그 뒤에 파도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보니 '이곳에선 아무 일도 안 일어나겠구나'라는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내가 저 유토피아에 갈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저라는 존재가 '유토피아'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모든 걸 끊어내고 그곳에 도달한다면, 현세에 있던 '내'가 아니라면, 그 유토피아에 갔다 해도, 그 이전에 나를 아는 사람이 없다면 그건 제가 거기에 갔다고 할 수 있을까요?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원피스의 명대사가 있죠.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심장을 총알이 꿰뚫었을 때? 바로 사람들에게 잊힐 때다'

인간은 나를 봐주는 타인이 존재할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존재입니다. 반대로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살았지만 죽은 존재가 될 수 있죠. 그렇다면 유토피아에 간 나는 살아있을까요.


주변의 모든 존재와 동떨어진 사람은 나이를 먹을까요.

이 세상에 나 외에 아무것도 없는 세상, 온전한 세상에 떨어진다면 거기에는 시간이 흐를까요.

아무도 나를 알아봐 주지 않는 세상에 시간이란 게 있을까요. 누군가 알아본다고 해도 나도, 상대도 이전의 자신들을 다 잊었다면 그들의 시계는 멈췄다가 흐르는 걸까요. 아니면 새로운 시계가 생기는 걸까요.


상상은 제 자유니까요. 저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생을 거기서 살아도 시간은 1초도 흐르지 않는 세상이랄까요. 그리고 '애초에 지금 삶에서 연결되는 사람들이 없는데. 그런 공간이 유토피아라고 부를 수 있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시회 마지막 코너에는 전시회 관람 전 내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와 관람 이후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생각한 전시관을 고르며 내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의 차이를 보여줬습니다.


관람 전 제가 고른 유토피아는 '어떠한 불편함 없이 그 장소, 그 시간을 함께 즐기며 서로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 적혀 있더라구요.

관람 전과 후에 크게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장 인상 깊었던 전시관은 제가 생각하는 유토피아의 가장 반대되는 곳을 고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지 못했던 영감을 준 전시관이 가장 인상 깊었거든요.


이런 생각을 하며 전시회를 나온 전 유토피아의 개념을 공간과 장소, 그리고 사람과 시간을 연결 지어 생각해 봤습니다. 시간성이 배제된 단어인 공간이 장소로 바뀔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생각한 유토피아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 그리고 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는 장소'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들이 없다면 유토피아는 그저 공간에 불과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 개념을 접목한 재밌는 웹툰을 하나 발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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