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매미의 날갯짓.
여름이 일찍 왔나, 올해는 유독 매미의 울음소리가 길게 들린 것 같아요.
전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매미소리 듣기를 좋아합니다. 듣고만 있어도 계곡 한가운데 발을 담그며 놀러 온 기분이 나거나, 마치 어린 시절의 여름을 필름을 돌려보듯 회상하게 되는 주파수랄까요.
그런 매미들이 우는 거야 하루이틀이 아니니 그러려니 했는데, 올해 친구들은 무자비하게 날아다닙니다. 단지 내를 걷다 보면 장수말벌 같은 매미들이 '부웅~'하고 날아와 머리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갈 때가 있습니다. '부웅~' 부딪히기 직전 소리를 들으면 '아, 교통사고 직전에 들리는 크라션 소리가 이런 느낌일까?' 상상합니다. 전 그럴 때마다 정말 경기를 일으키며 도망가죠.
이렇게나 저렇게나 정말 무서운 녀석들입니다. 나무에만 바딱바딱 붙어 있으면 되지, 왜 이렇게 날아다니는 거야? 성충이 된 매미들의 수명이 길지 않은 것과 상관이 있겠거니... 생각만 했습니다.
알고 보니 체액을 빨 수 있는 나무를 찾기 위해 날아다니는 거라고 하더군요. 인생의 목표인 짝짓기를 위해선 체력이 필요하니까요.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혹은 더 멀리 있는 나무를 향해 목숨을 건 비행을 하던 것이었어요.
왜 목숨을 건 비행이냐고요? 매미들은 신체 구조상 몸이 뒤집히면 스스로 몸을 돌려 다시 나는 게 불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거든요. 바닥에 뒤집혀 떨어진다면, 바로 천적들과 경비아저씨들에게 걸려 죽음을 맞이하는 삶인 겁니다.
며칠 되지 않는 성충의 삶을 살기 위해서 목숨을 건 비행을 한 매미들.
땅속에서만 17년을 살다 나온 세상을 향해하는 날갯짓.
처음 하는 날갯짓이 서툴러 우리를 향해 날아왔을 겁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날갯짓을 하는 매미들이 조금 멋있더군요.
옛 조상들은 매미에게 다섯 가지 덕이 있다고 하며 배움을 찾았다고 합니다. 저는 현대인들도 여전히 매미에 삶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목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말이죠.
우리들은 성충, 성인이 되어 삶을 살아갈 시간이 매미들보다 길잖아요. 처음엔 서투른 날갯짓이더라고 목표를 향해 계속해서 날아가다 보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가끔 뒤집혀도 바닥에 떨어져도 괜찬아요. 우리는 주변에 우릴 뒤집어줄 친구매미들이 있잖아요.
모두들 각자의 나무에 도달할때까지 매미처럼(매미보단 잘) 날아다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