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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P Oct 13. 2024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리뷰

(_NF_눈물 주의)

※해당 글은 영화 줄거리에 대한 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엄청난 스포가 될 수 있음!


※혹시 내가 MBTI, _NF_다. 근데 이 영화를 안 봤다.

그렇다면 페이지 뒤로 가기 누르시고, 이 영화 보고 다시 읽어주세요. 당신들의 낭만을 지켜드리겠음...


요즘 살짝 영혼의 단짝이 되어가는 친구가 영화를 한 편 추천해 줬어요.

알고 보니 제가 넷플릭스 처음 취향 선택할 때 보고서, '와, 이거 재밌겠다' 싶어서 찜해둔 영화더군요.



그 영화가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입니다.


이번 영화는

'인물의 감정'에 중심으로 영화를 읽어볼게요.

판타지 로맨스 콘텐츠들이 그렇지만, 이 영화도 좋은 점 말고도 이야기할 거리가 있는 영화입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세계관 설정부터 OLD 한 스토리...


하지만, 그런 얘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전 로맨스 영화를 볼 때 '영화 속 주인공들이 느낀 감정을 얼마나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가 제일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그 감정을 현실로 가지고 왔을 때, 과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하니까요!

(그래도 스토리는 얘기는 좀 해야겠어)


시작 전에 말하자면, 둘이 사랑에 빠진 이유는 서로가 서로의 목숨을 구해줬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이 영화는 3번의 단절이 있습니다.  

40분, 25분, 30분, 10분 이렇게요.




첫 번째 플룻 내용( 안 읽어도 무관)

첫눈에 한 여성(에미)에게 반한 타카토시가 지하철에서 번호를 따려고 하죠.

하지만 그녀는 핸드폰이 없었습니다. 대신, "またあした (내일 또 봐)" 후쿠쥬 에미는 말을 던지고 돌아섭니다.

남자 주인공 미나미야마 타카토시는 이후 그녀와 데이트를 하죠. 그리고 연애를 시작합니다.

에미는 첫 만남부터, 첫 데이트, 고백, 처음 손을 잡던 날 모두 눈물을 흘릴 정도로 마음이 여립니다.  

그리고 그녀를 처음 본 지 15일 째 밤, 타카토시는 그녀가 집에 두고 간 수첩을 발견합니다. 앞으로 보름 동안 둘에게 일어날 일들이 모두 적혀있는 수첩. 이상함을 느낀 타카토시 에미에게 비밀을 듣게 되는데


처음 40분은 '일본식 청춘 영화' 그 자체를 보여줍니다. 영화에서 가장 '맘 놓고 즐길 수 있는' 부분이었어요.

첫눈에 반한 여자한테 말 걸었는데 그 사람의 운명의 상대인 것처럼 잘 맞다니... 그럴 수가 있을까ㅜㅜ 상상만 해도 행복사하는 상황이죠...

20살의 첫 연애 느낌을 잘 보여주는 낭낭하고 무난한 플룻이었어요.



이 플룻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는


"내일 또 봐"


언제부턴가 이 말이 우리만의 암호가 되었다

였습니다. 한국 영화였으면 '아니 답답하게 폰이 없어서 내일 또 봐 하고 헤어져?'라고 생각했을 텐데, 옆 나라니까 '뭐 그럴 수 있지...'싶었어요. 그리고 낭만 있잖아요. '내일 또 봐' 사소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확신시켜주는 확실한 말 한마디. 내일을 기다릴 수 있게 하는 힘이 있는 말이잖아요.


영화가 설정한 메인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입니다. 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흘러가니까요. 영화의 감정선도 남자를 따라갑니다.

하지만 첫 데이트 날 타카토시가 고백을 하자, 에미가 눈물을 흘립니다.

이 순간부터 저는 영화 감상의 감정선이 에미쪽으로 완전히 기울었습니다. 그쪽이 더 할 얘기가 많아 보였거든요. 남주보다 여주인공에게 더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시시때때로 눈물을 흘리는 에미. 영화의 초반이지만, 분명히 기쁨의 눈물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시한부이신가...'아님 '기억을 매일 잃어버려서 안타까워서 그런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두 번째 플룻 내용(안 읽어도 무관)

'타카토시와 에미의 시간은 반대로 흐른다. 그리고 5년마다 30일만 만날 수 있는 에미'라는 설정.

그러니까 타카토시의 시점에서 내일은 에미에겐 어제입니다. 그러니까 타카토시의 어제는 에미의 내일이죠.

타카토시는 여태 일어난 모든 일들이 이미 정해져있던 일이란 걸 알게 됩니다. 굉장히 혼란스러워하죠. 시간은 이미 15일이 흘러 남은 날은 15일입니다.

그리곤 괴로워합니다. 나는 에미와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는데, 내일의 에미는 여태 우리가 쌓아온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니까요. 내가 가진 경험을 에미와 공유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타카토시는 '그녀가 나에게 무슨 의미인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투정을 부리는 못난 타카토시. 하지만 그 투정조차 에미의 일지에 적혀있습니다. 미래에서 온 '괴물'이라고 잠시 그녀를 생각한 타카토시는 빨래방에서 절친 우에야마와 조우합니다.

연애 쌉쌉쌉고수 우에야마는 둘의 적신호를 알아채고, '달과 지구'를 비유하며 대화를 해보라고 합니다. 타카토시는 '달과 지구는 매년 4cm씩 멀어져'라고 합니다. 우에야마는 '그러니까 지금 해야지. 지금이 가장 그 둘이 가까울 때니까'라는 말을 해줍니다.

여기서 타카토시는 한 가지를 알아챕니다. 타카토시는 앞으로 자기에게 남은 15일이 에미의 입장에서는 이미 지나버린 15일이라는 것을 말이죠. 타카토시와 에미의 첫 만남은 에미의 입장에서는 인생 마지막 인사였다는 것을 알아챕니다. 그리고 에미의 눈물의 뜻을 알아채죠.

그리고 타카토시는 그녀에게 전화를 겁니다. 너에게 미래, 그때 내가 너에게 못 되게 할 거야. 하지만 난 이겨냈다고요.


그렇게 둘에게 남은 날은 10일.


타카토시가 수첩을 주워, 둘의 비밀을 듣게 되는 시점에서 25분은 '??????'였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할 말이 많은 플룻입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길 수 있어요. 타카토시는 이미 에미를 만났는데, 저 에미는 뭐야, 이거 뭐 멀티버스 시간선이 엇갈린 거야? 이런 '상상이요'. 근데 뭐 그렇다잖아요~ N식 상상~^^ 감정에 집중해봅시다 우리.)


저는 에미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영화를 보고 있었으니까, 비밀을 듣고 너무 슬펐습니다.


아니이...어떡해 ㅜㅜㅜ 첫 만남에 터트린 눈물이 그에게 전하는 '첫인사'이자 자신에게는 '마지막 이별의 인사'였다니까요?ㅜㅜㅜ 그리고 여태 15일 동안 그녀는 매 순간순간이 인생 '마지막' 데이트였어요. 하지만 타카토시에게는 '처음'이니까, 그걸 지켜주기 위한 연기를 하고... 그러면서 감정은 주체 못 하니까 또 혼자 눈물 흘리고... 얼마나 힘들까ㅜㅜㅜㅜ.


이렇게 생각하니까 작가한테 화가 났어요.


아니, 왜 후쿠쥬 에미만 희생해? 영화가 남자 입장에서 흘러가니까 이런 식이지, 이게 사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양방향으로 흐르니까, 에미가 5살, 10살일 때, 타카토시는 30, 35살이죠. 그리고 반대로 타카토시가 5살 10살 일때 에미는 30, 35살이잖아요. 에미는 어렸을 때 타카토시한테 상자 맡기고서 나중에 열어보자~하고 그냥 갔는데, 쫌생이 타카토시는 '내가 너 구해줌. 그리고 우리 20살에 연애할 건데, 그때 나는 아직 이 상황을 몰라. 그러니까 너가 잘 연기해' 이렇게 말한 거 밖에 안되잖슴? 좀팽아!


두 번째 플룻에서는 타카토시, 에미 두 주인공의 감정선이 너무나 뒤엉키는 플룻입니다. 나머지 플룻과 다르게 영화에서도 누구의 감정선을 따라가라 라고 강요하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가 플룻의 마지막에 가서 남자 주인공의 깨달음 얻으면서, 서서히 남자쪽으로 감정선이 기울었습니다.

타카토시는 플룻 내내 내가 가진 경험을 에미와 공유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녀가 나에게 무슨 의미인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연 그녀가 내가 아는 그녀일까?라는 생각을 분명했을 거예요.


그 장면을 보면서 저는 영화 '뷰티 인사이드'가 순간 떠올랐습니다. 사랑의 조건부를 붙여서 그 가능성을 물어본달까.


매일 모습이 바뀌는 사람은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를 물어보는 뷰티인사이드.

'우리의 미래는 알지만 우리의 과거를 모르는 사람은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를 물어보는 이 영화.

'같은 것을 경험하고 그것을 타인과 공유한다'라는 것이 인간의 관계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이었어요.


전 이 플룻 시작부터 '아니이, 너한테 처음이면 에미한테는 인생 마지막이라니까... 눈치 좀 챙겨'라는 마음으로 후...남주를 욕했습니다.

다행히(?) 한국 영화면 엔딩 10분 전에 깨달을 사실을 이 영화는 비교적 빨리 ^^ 20분 만에 깨달아주더라고요. 다행이다...



세 번째 플룻 첫 대화.(안 읽어도 무관)

난 이겨냈어

확실히 이겨냈어

단순한 거였어

이토록 괴로워한 것도

이겨냈다고 생각한 것도

그만큼 사랑하기 때문이야

타카토시

나도그래

나도

너를 사랑해


그리고 세 번째 플룻은 타카토시는 마지막을 준비합니다. 에미는 하루하루 타카토시를 알아갑니다.

영화의 변곡점인 15일째 밤을 지나, 이제 남은 날은 10일.


이때부터는 완전히 남자의 쪽으로 감정선이 넘어오게 됩니다.

영화 내내 스토리를 이끌었던 에미는 하루하루 사라져가고, 이제는 타카토시가 에미보다 아는 것이 더 많습니다.

타카토시는 자신이 기억 속 에미를 생각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지난 20일 동안 에미가 그랬듯, 이제는 자신이 에미를 행복하게 해줘야 하니까요.


영화 초반부에 나왔던 에미가 타카토시를 잘 아는 이유의 떡밥이 풀리는 플룻입니다. 스튜에 초콜릿을 넣는다든지, 가족사진을 찍는다든지, 그런 떡밥이 하나씩 풀릴 때마다 눈물이... 또 흑 ㅜㅜ 이걸 본다는 건 끝이 다가온다는 뜻이니까... 슬프더군요.


그걸 가장 잘 알고 있는 타카토시도 결국 눈물을 흘립니다.


30일째, 타카토시의 마지막 날, 그리고 에미의 첫날. 타카토시는 에미의 초상화를 그려줍니다. 처음 타카토시를 대면한 20살의 그녀는 얼굴에 두려움이 서려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반면에 타카토시는 툭 건드려도 울음이 날 것 같은 얼굴입니다. 마치 첫날의 에미 같죠.


그래도 타카토시는 복받았습니다. 누구는 인사 한마디 밖에 못했는데...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알려주고, 마지막 날에는 언제나처럼 지하철역에 그녀를 데려다주러 갑니다. 나란히 앉은 둘. 그녀의 얼굴에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설레기도하면서, 타카토시에게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낍니다.


 30일의 갭이 있는 타카토시의 감정이 좀 그녀에겐 버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로 치면 기억상실증이 걸린 나에게 누군가 다가와서 '우리가 30일 동안 열렬한 사랑을 했다'라는 느낌이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아니 처음부터 멋집니다. 타카토시의 마지막을 진심으로 봐줍니다.


그렇게 마지막, 처음 10분이 찾아옵니다. (네 번째 플룻)


15살의 후쿠쥬 에미에게 25살의 타카토시가 찾아갑니다. 5년 후 , 20살의 에미를 그린 그림을 건네주는 타카토시. 그리고 20살이 된 에미는 처음 20살의 타카토시를  만나죠. 그가 그림을 그려주고, 그에게 오늘 할일을 말하고, 그의 이사를 도와줍니다. 첫날의 타카토시에게 '내일 또 봐'라는 이별의 인사를 건네곤 지하철에 올라타는 그녀. 그리고 지하철에서 울음을 터트립니다.


화면이 전환되고, 5살의 에미가 나오는데요, 죽을 뻔한 그녀를 35살의 타카토시가 구해줍니다.


5살의 에미는 '또 만날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고, 타카토시는 '응, 만날 수 있어'라고 대답합니다.


하지만 35살의 타카토시는 압니다. 타카토시가 에미를 보는 건 5살의 모습이 마지막이라는 것을요. 이건 에미도 마찬가지입니다. 5살에 물에 빠질 뻔한 타카토시를 구해준 건 35살의 에미. 그게 에미가 볼 수 있는 타카토시의 마지막 모습이죠.



영화의 마지막은 에미의 마지막날, 타카토시의 첫날을 보여주며 끝이 납니다. 아직 이사 가지 않은, 하지만 자신과 타카토시의 추억이 담긴 자취방을 들른 그녀는 문 앞에서 추억을 회상합니다. 그리고 다짐을 합니다. 마지막에 울지 말자고. 하지만 그녀도 알죠. 이미 타카토시가 우는 그녀를 봤으니까요. 마지막으로 그녀는 지하철에 올라탑니다.



엇갈리는게 아니야


우리는 엇갈리지 않아


끝과 끝을 맞붙인 고리가 되어


하나로 이어져있어


우리둘은 하나의 생명인거야


영화는 끝과 끝을 맞붙인 고리처럼 영원히 순환하죠.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유한한 시간'을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영원한 것 같은 사랑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 그렇기에 더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모두 같은 시간대에, 엇갈리지 않는 똑같은 시간의 흐름을 타고 살고 있어요.

(완전럭키비키잖아?)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슬펐던 건, 20살이 그들이 유일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30일이었다는 거예요.


그 둘의 사랑의 정점이었던 20살이 지나고, 한 쪽이 늙어가면, 한 쪽은 젊어집니다. 그리고 각자 35살이 지나면, 이제 그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이 존재조차 할 수 없죠. 나는 나이를 먹어가는데, 반대쪽은 태어나지도 못하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 나와 함께 지낸 시간이 묻어나는 주름진 모습인 게 슬플까요, 아니면 난 늙어가는데 이 사람은 젊어져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직전의 어린 모습이 더 슬플까요.



35살의 타카토시가 20살의 에미가 잘라 준 머리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찡했습니다.


이런 사랑을 하라면, 전 36살에 죽겠습니다.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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