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특별해.
아이를 키우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나 정도면 과하지 않다', 혹은 '나는 평범한 편이다'라고 믿곤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자신감 속에는 아이를 향한 숨겨진 기대와 요구가 녹아있다. 매일 아침 알림장 어플에 쌓인 학부모들의 메모를 읽다 보면, 교사로서는 하루가 길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 때가 많다.
부모들이 남기는 메모에는 여러 사연이 담겨 있지만, 결국은 하나의 공통된 기대가 드러난다. 바로, “나의 소중한 아이에게 오늘 하루도 특별하고 세심한 신경을 써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것이다. 이 기대를 충족할수록 부모들은 만족하지만, 교사로서는 이러한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학부모의 디테일한 요청들
부모들이 교사에게 남기는 요청은 매우 구체적이다. 한 아이의 엄마는 “어제 늦게 잠들어서 오늘은 늦게 등원할 거예요. 피곤할 테니 잘 살펴보시고 너무 피곤해하면 연락주세요. 데리러 갈께요.”라고 당부한다. 또 다른 부모는 “아침을 많이 먹었으니 화장실에 자주 데려가 주세요”라거나, “오늘 컨디션이 안 좋아 보여요. 특별히 돌봐주세요.”라고 부탁한다.
심지어 “오늘 셔틀 타러 가다가 넘어졌는데, 유치원에 도착하면 다친 곳에 약을 발라주세요.”라는 세심한 부탁도 있다. 한 번은 한 아이가 아침에 울며 등원했는데, 엄마는 “장난감을 가져갔으니 유치원에 도착하면 아이를 잘 달래어 가방에 넣어주세요.”라는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각각의 요청은 그 자체로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세세한 사항까지 요구할 만큼 교사는 신뢰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아이가 조금 더 특별한 배려를 받기를 바라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특별한 아이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다 보면, 부모들의 기대는 어느새 ‘특별 대우’에 가까워진다. 각자 자신의 아이에게 맞춤형 배려와 돌봄을 요청하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모든 아이들을 공평하게 돌봐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내가 근무하는 영어유치원의 경우는, 부모의 기대가 더욱 큰 편이다. 영어유치원은 아이들이 영어로 수업을 받고 의사소통하며 읽고 쓰기를 배우는 곳으로, 사립유치원의 영어 교육 버전이라 할 수 있다. 부모들은 높은 학비를 지불하며 아이들이 이곳에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길 바라지만, 단순히 언어 교육 이상의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 교사와 부모의 시선은 근본적으로 엇갈릴 수밖에 없다. 부모들은 아이가 영어 유치원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지내길 바라면서도 특별한 배려를 원한다. 반면, 교사들은 개별 요청을 하나하나 신경 쓰기보다 전체 아이들을 동등하게 돌보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는 어떻게 학부모의 기대와 아이들에 대한 책임을 조화롭게 맞출 수 있을까?
언제나 어렵다.
왜냐하면 '내' 아이는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