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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기가 죽어요

by 빛날현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때가 언제 일까?

생각해 보면, 바쁘게 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아가 생기려고 할 때, 그때가 아닐까 싶다. 아이 뒤치다꺼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가, 아이가 혼자 걷고 혼자 밥 먹을 때쯤, 딱 이때쯤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기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그 시기에 말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도 복이지만, 그 누군가가 된다는 것은 더 큰 복이리라.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위와 같은 시기적인 문제도 있지 않았을까.


오늘은 단단하고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현주(가명)의 얘기를 해보려 한다.


현주 : 언니! 요즘은 누우면 이런 생각을 해요. 내 자존감을 아이들이 물려받으면 어쩌나.. 아니면 ‘내 자존감을 들키면 어쩌나..’ 난 왜 이렇게 자존감이 낮을 까요? 자꾸 기가 죽어요.

엊그제 모임에서도 밥 먹고 돌아와서 또 혼자서 땅굴을 팠어요. 어쩜 그렇게 다들 예쁘고, 다들 잘 알고, 다들 애를 잘 키우는지. 다른 사람들 말은 다 맞는 말 같고 나만 또 아무 생각 없고 모르는 것 같고.. 제가 극 i라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그래도 구차한 변명이겠죠?


이러한 상담은 친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질문에 어떻게 상담을 해 줄 수 있을까? 이미 답은 자신만이 아는 것을. 그저 불안을 꺼내게 하여 비교해 주는 수밖에. 나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고,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아니 훌륭하다고.


나 : 뭘 또 누구랑 비교한 거야? 민주네? 그 집은 뭐 맨날 여행만 다닐 것 같아? 그렇다고 해도 다 똑같이 삼시 세끼 먹는 거야. 돈 많다고 네 끼 못 먹는다. 재벌도 하루 세 끼! 나도 하루 세 끼야!


현주 : 아니.. 그게 아니라 모임을 가면 나만 소외되는 거 같은 기분이 들어요. 나만 못 끼는 것 같은 느낌인데, 내가 빠지게 될까 봐 뭐든 해야 할 것 같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느낌? 뭐라고 설명이 안 돼요.


나 : 음.. 내가 보기엔 어제 우리 모임에서 현주 너는 충분했는데.. 모자라는 거 없었어. 혹시.. 현주 너.. 모두 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나는 건 아닌지 잘 생각해 봐..


현주 : 그건 누구나 그런 거 아니에요? 다 잘하고 싶죠. 누구나 적을 안 만들고 싶고 누구나 나만 뒤처질까 봐 불안하고.. 다 그런 거 아니에요?


나 : 맞아. 근데.. 이 얘기 들어봤을 거야. 유대교 교리 중에 이런 말이 있데. 열 명의 사람이 있다면 그중 한 사람은 반드시 나를 비판한데. 나를 싫어하고, 나도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리고 그 열 명 중 두 사람은 나와 서로 모든 것을 받아주는 더없는 사이가 된데. 그리고 남은 일곱 명은 이도저도 아닌 사람들이라는 거야. 그게 ‘나’ 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해당된다는 얘기지. 그 어떤 누구라도.


모든 사람이 다 좋아하는 사람 봤어? 대통령이 그래? 연예인이 그래? 아님 여기가 공산주의 국가야? 공산주의도 그러지 못할 거야.

자~ 그럼, 이때 나를 싫어하는 한 명에게 주목할 거야, 아니면 나를 사랑해 주는 두 사람에 게 집중할 거야, 또 아니면 남은 일곱 사람을 신경 쓸 거야? 그건 각자의 선택이야. 그리고 그에 따른 태도도 선택의 몫이야. 그래서 모두 다른 인생을 사는 거 아니겠어?


아들러가 말했듯, 인생의 조화가 결여된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한 명만 보고 세계를 판단하는 거야. 근데 그러기엔 인생이 생각보다 길지가 않아요~ 나의 부족한 점보다 나의 좋은 점, 혹은 잘하는 점에 주목하면서 살아도 내 장점을 다 알지 못하고 인생이 끝날지도 몰라.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고 해? 그런 사람 없어. 잘 생각해 봐~ 욕심이 너무 과한 거 아니야? 아들러가 말했잖아.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고. 용기 있는 사람이 자기 길을 갈 수 있는 거야.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래? 아니 왜 자꾸 완벽하려고 해?

그 시발점이 문제야. 왜 자기 자신을 그렇게 들들 볶는 거야? 힘들지 않아? 그냥 둬도 돼. 지금도 충분히 훌륭해.


현주 : 그게 안 돼요. 아는데.. 안 돼요. 나는 용기가 없나 봐요. 계속 불안해요.


나 : 맞아. 누구나 그래. 원래 불안은 죽을 때까지 데리고 사는 거래. 인간으로 태어나 완벽할 수가 없지. 신으로 태어나지 못해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인간은 평생을 마음 다잡고 살아야 하는 거야. 그러면서 사는 거지 뭐~


완벽함에 대한 콤플렉스 VS 미움받을 용기

이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완벽한 건 너~무 매력이 없다.

난 나대로 살란다~

누가 미워하든 말든

내 편이 하나쯤은 있겠지?


이런 마음이 있어야 평생 함께 하는 불안을

내려놓는 연습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덧.

아들러의 [미움받을 용기] 읽어보셨을까요?

30대에 읽다 덮은 책.

40대 끝자락에서 읽으니

바이블 같은 느낌입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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