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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lee Oct 11. 2022

탁구의 과도기.

인생도 과도기

운동을 해야했다. 하고 싶은 마음보다 해야 하는 이유가 더 컸다. 몸과 마음이 아팠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 6년차, 이직을 하고 새로운 회사에서 근무하지 얼마 안되던 날, 가슴속의 답답함을 느꼈다.

지하철 안에서 숨이 턱 막히면서 어지러웠다. 결국 나는 내렸다가 벤치에 앉아 지하철을 다시 탔다.


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을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일에서 활력을 찾던 내 몸을 좀 돌보라는 신호가 찾아왔다.   


힘들 땐 잠을 잤다. 그러나 뒤늦게 잠을 많이 자는 것은 원래 채워졌어야 할 늦은 보상이었다. 좀 더

적극적인 활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그 어느때보다 많이 했다. 헬스를 잠깐 했지만 재미가 없었다. 날씨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을 찾던 차, 엄마가 탁구는 어떻냐고 하셨다. 2016년 8월. 첫 레슨을 시작으로 탁구라는 운동에 발을 담갔다.


똑딱똑딱 공을 넘기던 시절을 지나 탁구를 시작한지는 6년 남짓. 실제로 탁구 치는 데 매진했던 날은 4년 6개월일거다. 4년 넘게 탁구를 쳤는데, 이제서야공을 조금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나와 남이 생각하기에 잘 치는 탁구를 치는 것이 이리도 오래 걸리는 지 알았다면 탁구를 시작할 수 있었을까?


요즘은 동네 구장에서 일대일 단식 게임을 할 때, 내가 의도한대로 사용하고 싶은 기술을 구현하며 공을 넘기는 것이 잘 안된다. 스텝은 예전보다 나아진 것 같은데, 게임하는 상대방의 다양한 구질에 맞춰 공격하는 것이 쉽지 않다. 게임을 시작하고 욕심이 생기면서 나와 비슷한 실력의 상대에게 게임에서 지면 왜 졌을까 속상하고 아쉬웠다.


요즘은 승부보다는 게임 과정의 내용을 더 중요시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자세로 공을 치는지, 상대방의 라켓을 끝까지 보려고 한다. 컷트가 많이 깎였는지 덜깎였는지, 라켓을 어떤 각도로 사용하는지, 어떻게 서브를 넣는지 좀 더 집요하게 보려고 한다. 포핸드는 앞스윙을 배운대로 잘 하는지, 백핸드 쇼트는 힘을빼고 반드시 백스윙을 하고 나서 공을 앞으로 보내는 앞스윙을 하는 지 등. 신경 쓸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운동을 하면서 회사에서 일을 하며 성장하는 것과 탁구를 치며 성장하는 것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첫 회사에서 4년 정도 인사 업무를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디렉터로써 다양한 경험을 하고 일을 컨트롤 할 수 있었다. 나는 워커홀릭이면서 일에 대해 자신감을 넘어서 오만해지기도 했다. 이직을 하고 새로운 회사에서 업무를 시작했는데, 내 예상보다 일의 범위가 훨씬 넓었다. 멀티태스킹을 꽤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새로 시작한 업무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회사와의 미스커뮤니케이션에 따라, 우선순위의 조율 과정을 거쳤다. 회사와 내 직무의 공동의 목표를 뚜렷하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고 꼭 필요한 과정이었지만, 그 이후 업무를 수행하며 내가 강점으로 가진 특성을 업무에서 발휘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지치고 예민해졌고 결국 퇴사를 했다. 퇴사한 것에 후회는 없다. 그러나 입사하기 전, 내 커리어에서 어떤 포지셔닝을 할 것인가를 더 진지하게 고민했어야 했다.


탁구를 하면서 다시금 생각했다. 나는 어떤 탁구를 치고 싶은가, 어떤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싶은가. 어떤 커리어를 가져갈 것인가?

나는 공격을 좋아한다. 게임을 하면서, 상대방 공을 수비하는 스킬도 늘어갔지만 공격으로 득점을 하는 것이  훨씬 기분이 좋았다. 그렇다면 공격에서는 드라이브를 배워 탁구를 보다 멋있게 치고 싶었다.

생활체육에서 여자는 드라이브를 거의 하지 않는데, 나는 드라이브를 하고 싶었다. 공의 밑의 부분을 쳐서 회전을 만들어서 보다 강력하게 공을 상대방에게 보내는 것. 더딜지라도 장기적으로 드라이브를 하는 고수가 되고 싶었다.


지금은 강한 컷트도 공의 밑 부분을 보고 끌어올려 드라이브 성으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더 많은 회전과 스피드를 위해 연습중이다. 드라이브가 조금 되니, 이제는 게임에서 기본적으로 배웠던 화(포핸드)가 예전보다 득점성공률이 낮아졌다. 어깨에 힘을 빼고, 하완을 이용해 스윙하는 연습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간이다.

역시 뭐 하나에 집중을 하면 다른 하나에 소홀해진다. 인생의 수많은 영역처럼.


현재 내 상태가 슬럼프는 아니다. 시간이 쌓여야 가능한 임팩트와 스킬을 더 정확하게 구사하기 위한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탁구의 과도기에 나는 공교롭게 이직 준비를 하고 있다. 일에서 성취감이 없는 이 기간도 과도기다. 이 과도기를 현명하게 지나,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 하루에 한박스씩 하는 서브 연습으로 내일의 서브미스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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