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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ELJAZZ May 30. 2024

절에 가서

짧은 시입니다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불상은 온화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나는 한번 배하고 빌었다
내 치졸한 옹졸함이 다시는
누군가에게 누가 되지 않게

또 한번 배하고 빌었다
동물로 더는 살지 않도록
순수를 지키는 영혼이 되게

온화한 미소가 서글퍼 보여서
울지 않는 불상이 울고 싶어
나는 울음을 터트려 보았다

당신의 미소를 이해할 날이
한 번이라도 오게 될련지

햇볕은 처마에 깨지고 있었고
모래 바닥은 저벅히 밟혔다
돌아가는 길은 실로 향기로웠다

대문은 환히 열려 초록을 보이고
다시 본 속세는 밉게도 정겨웠다
오늘도 깨닫지 못하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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